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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사업 떼내 따로 상장?”...코스맥스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까닭은

나선혜 기자

hisunny20@

기사입력 : 2022-01-10 11:33 최종수정 : 2022-01-10 17:08

기업 분할이 화두…알짜 사업 떼 따로 상장
코스맥스, 중국 법인 지주회사 격인 '코스맥스이스트' 상장 대두
더블카운팅 문제 불거져…주가 연일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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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발표하고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코스맥스

지난 3일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발표하고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코스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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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나선혜 기자]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기업을 분할하는 게 화두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성 있는 사업 부문이나 신규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회사로 만드는 거죠. 예컨대, LG화학은 자사의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이달 안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SK그룹도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통해 SK온과 SK스퀘어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죠.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던 SK온은 물적분할을 선택했고 차후 그룹 계열사의 투자를 진행할 SK스퀘어는 인적분할을 했습니다. 차후 진행될 사업에 맞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할을 진행한 것이죠.

물적분할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물적분할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게 뭐냐면요. 물적분할은 모회사 특정 사업부를 새로운 회사로 만드는 형태입니다. 지분 소유권은 모회사가 100% 갖고 있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이 이 방식을 택했죠. 또 우리나라 경우는 물적분할 후 기업 공개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회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죠. 모회사가 앞으로 성장성 크다는 것을 보장하고 계속 투자를 예고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공개 시 새로운 투자자가 몰립니다. 결국 모회사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가진 물적분할과 관련해 최근 청와대에 한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시켜 주십시오”라는 글입니다.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올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50대 후반 가장은 “한 기업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매도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여기서 ‘한 기업’은 바로 국내 최대 화장품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제조업자개발생산) 전문 기업 ‘코스맥스’입니다. ODM이란 다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신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그냥 주문한 대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스맥스는 자체 개발한 콘셉트 또는 제품을 고객사에게 제안한 후 주문을 받아 완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글로벌 명품 Y사의 쿠션 파운데이션 제조회사는 코스맥스다./사진=나선혜기자

글로벌 명품 Y사의 쿠션 파운데이션 제조회사는 코스맥스다./사진=나선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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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고객사는 판매, 유통, 마케팅 등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만 진행하고 코스맥스가 연구, 개발, 생산 등을 합니다. 그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라는 얘기죠. 조금 더 쉽게 말하면 화장품 뒤쪽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사와 제조사가 따로 나뉘어진 것이죠. 우리가 화장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는 A사이지만 제조사는 코스맥스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K-뷰티는 힘들지만,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는 코스맥스
요즘 ‘K-뷰티’가 중국에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죠? 중국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 탓에 중국 젊은 층이 자기 나라 제품만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자들이 코스맥스라는 기업에는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이유요? 네, 코스맥스는 중국 시장에서 장사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코스맥스는 중국에 2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코스맥스차이나(상하이)와 코스맥스광저우입니다. 이 두 회사 생산능력은 연간 7억 개가 넘습니다. 중국에 있는 화장품 회사 가운데 가장 큽니다. 지난해 이 코스맥스 중국 공장들 매출은 합쳐서 6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는 거죠.

코스맥스는 지난 2019년 7월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828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코스맥스이스트 투자 협약'도 체결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왼쪽)과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조인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코스맥스

코스맥스는 지난 2019년 7월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828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코스맥스이스트 투자 협약'도 체결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왼쪽)과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조인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코스맥스


그런데 코스맥스는 지난 2019년 코스맥스이스트라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합니다. 경기도 화성에 본사를 둔 자본금 1000만원짜리 작은 회사였는데요. 코스맥스는 이 작은 회사에 중국에서 돈을 잘 버는 코스맥스차이나 지분을 현물출자합니다. 말하자면 갑자기 생겨난 국내 작은 회사가 거대 중국 법인들 지주 회사가 된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적분할과 비슷하게 알짜 사업을 따로 떼어낸 것이죠. 문제는 코스맥스가 코스맥스이스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대표 주관사 등을 선정했으니 연내 상장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인데요.

코스맥스 이스트 기업, 재무제표 현황. 코스맥스이스트는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억 6839만원, 당기순손실 1432만원을 기록했다./사진=한국금융신문

코스맥스 이스트 기업, 재무제표 현황. 코스맥스이스트는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억 6839만원, 당기순손실 1432만원을 기록했다./사진=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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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카운팅 문제가 불거지며 떨어지는 코스맥스 주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코스맥스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로 코스맥스 주식을 샀는데, 이게 별도 기업으로 상장되면 코스맥스 가치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죠. 실제 이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코스맥스 주식을 매도하고 있어 코스맥스 주가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코스맥스의 3개월 간 주가 추이/사진제공=네이버 금융 갈무리

코스맥스의 3개월 간 주가 추이/사진제공=네이버 금융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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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대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이스트가 국내 상장을 결정하면서 이중 기업가치 계산(더블카운팅) 문제가 불거졌다”며 “굳이 상장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알짜 사업(중국 사업)만 따로 떼서 기업공개를 하는 바람에 모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죠. 코스맥스 소액주주들이 분노한 이유입니다.

현재까지 코스맥스이스트 상장여부는 결정된 바 없습니다. 코스맥스 측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해보니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향후 코스맥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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