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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시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괜찮을까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0-05 00:00 최종수정 : 2021-10-27 04:52

[기자수첩] 디지털 시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괜찮을까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충청남도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논의에 나섰다.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없어 지역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지역민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내 금융산업이 현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가파른 성장 속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점포 수를 줄이는 가운데 지방은행 설립이 실효성 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충청북도 제천과 옥천에서 학업과 취업 등으로 3년 정도 거주했다. 그 당시에도 늘 의문이 있었다. 고향 대구에는 곳곳에 대구은행이 보이고, 심지어는 축구 경기장도 DGB 대구은행파크라는 이름이 붙는데 충청 지역에는 대표 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지방은행은 ‘괜찮은 일자리’에 속한다. 꽤 많은 청년이 은행권 취업을 노리지만, 충청지역 같은 나이대 친구들은 유난히 공무원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지방은행이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금리 감면 혜택과 함께 ‘추석 특별대출’을 풀었다. 부산‧경남에 거점을 둔 BNK금융지주와 대구 거점인 DGB금융지주, 광주‧전북 거점의 JB금융지주 모두 계열사 은행을 통해 5000억원~8000억원가량 지원에 나선 것이다. 그때도 충청지역에서 만났던 이들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강원지역도 마찬가지다.

충남은 현재 대전‧세종‧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와 함께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공동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에 타당성 조사 용역 업무를 착수하고 이르면 2023년 금융위원회에 지방은행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충청권 지방은행들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전부 문 닫았다. 1998년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에 통폐합됐고 1999년 충북은행은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현재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중에선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그나마 충청 지역에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설립되면 지역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해 지역 경제 발전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기준 충남 지역 내 총생산(GRDP)는 114조6419억원으로 전국 3위 규모이지만, 역외유출 규모는 총 생산액 24.7%인 25조477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지방은행 부재로 인해 도 전체 수신액 10%가량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지역 주민 상당수도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 6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8.4%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유로 ‘소상공인‧서민 계층 지원(33.7%)’가 가장 많았다.

다만, 지방은행 설립까지 대규모 자금 조달 문제와 지방은행 자체 생존력 등 해결 과제가 많이 남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방은행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은 2016년 12.1%에서 올해 1분기 10.9%로 줄었다.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과의 경쟁까지 겹치며 지방은행 점유율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전북은행 정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방은행은 현재 대부분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역 경제 소멸이라는 대참사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금융노조 지노협)는 지난달 전금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강행하고 있는 정부 여당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금법 개정으로 빅테크 업체에 종합 지급 결제 사업자 자격을 부여하고 계좌개설까지 허용할 경우 지역민들의 자금이 대형 플랫폼으로 이탈돼 그 피해는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이 자명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충청권 지방은행 추가 설립에 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 인사청문회에서 지방은행 추가 설립에 관해 “앞으로 은행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큰 방향에서 봐야 하므로 위원장이 된다면 깊이 검토해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10년 전에만 추진됐어도 필자는 무조건 손뼉 쳤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경제‧산업‧교육‧문화 등의 인프라가 집중된 가운데 지역에 어떤 기업이 생기거나 들어온다는 것은 지역민에게 굉장히 큰 위안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충청권 지방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기반으로 설립된다 하지만, 시중은행조차도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 있어 생존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 설립된 지방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지역민에게 안타까운 절망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 지역민의 바람대로 지방은행 설립이 추진된다면, 부디 따뜻한 봄이 되길 바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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