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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 ‘네가 행복할 시간’ 김현아 초대전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8-11 14:25

8월 13일~26일까지, 삼청동 정수아트센터

▲동백꽃이 피는 마을 45.5 x 53.0cm mixed media 2021

▲동백꽃이 피는 마을 45.5 x 53.0cm mixed media 2021

[한국금융신문 이창선 기자] 깊어가는 여름, 모두가 힘겨운 시절, 모두가 서로를 멀리하고 조금은 어색한 만남의 시기에 소담스럽고 정겨운 눈길을 잡아가는 전시가 열린다.

화려하지 않은 파스텔 색조의 형형색색의 집들과 생명을 간직한 녹색의 정원이 푸근한 작품들이다.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고즈녘한 풍광이 있는 종로구 삼청동 문화의 거리를 걷다보면 하얀색 건물이 눈에 띈다.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26일까지 삼청동 정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김현아 초대전이 그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언제나 만나고 늘 지나는 그 길이지만 문득 다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같은 사람 같은 풍경이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이야기다. 어제 지난 그길 위에는 오늘의 발자국이 선명하고, 익숙한 지붕들 익숙한 골목길, 정겨움과 소담함이 교차한다. 어제 보았지만 처음 본 듯한 세상, 늘 보아왔던 사람들이지만 오늘 다른 행복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인 ‘네가 행복할 시간’들이다. 네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네가 행복한 그림들이다. 화가보다는 감상자가 더 즐거운 작품들이다.

봄을 그리지만 봄의 생명과 함께하는 우리의 감성을 찾아간다. 눈시울 뜨거워지는 감정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나를 비롯한 행복의 여운이다. 상처를 보듬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위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치유가 아니라 보듬이다. 이번 전시의 테마가 ‘네가 행복할 시간’인 이유가 된다.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성들과 함께한다는 소중한 기억들, 미래에 대한 즐거운 희망이다.

좌) 봄 마중 90.9x72.7 cm  mixed media 2021, 우) 나의 정원 53.0 x45.5 cm mixde media 2021

좌) 봄 마중 90.9x72.7 cm mixed media 2021, 우) 나의 정원 53.0 x45.5 cm mixde medi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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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를 그린다. 그린다기 보다는 기억의 한 켠에 자리한 단편 이야기를 꾸민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일상으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 아니라 온갖 즐거운 이야기를 다 담고 있는 집들을 에워싼 정원이다. 이집 저집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한편의 수필로 엮어진 기억이다. 작품<봄마중>과 <나의정원>이다.

시간을 달린다. 멈춰진 듯한 풍경과 조용한 마을 어귀에서 무엇도 상관하지 않지만 언제나 이어진 정이 있고 함께하는 생활이 있다.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큰마음으로는 모두가 한집이면서 한 지붕을 얹고 사는 우리가 된다. 이것이 김현아가 이야기하는 ‘꿈꾸는 밤’이다.

▲꿈꾸는 밤(2018-1) mixed media 50x100cm, 2018

▲꿈꾸는 밤(2018-1) mixed media 50x100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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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다. 추억이 깃든 거리에, 거리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기억을 내려놓는다. 기억속의 슬픔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지나간 사람들과 지금 지나는 사람들의 삶을 누군가에게는 행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 된다. 그림을 보면 오밀조밀 붙어있는 집들은 너무나 꽉차있어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다닥한 집들은 가슴 옭죄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짙은 감청색 하늘아래에는 그곳을 향하는 길이 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누군가 지났을 그 길이며, 누군가 지나갈 그곳이다.

▲위로의 밤, 45.5x 53.0 cm  mixed media, 2021

▲위로의 밤, 45.5x 53.0 cm mixed media, 2021

항상 다니던 그 길에서 평소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바라본다. 늘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눈길을 잡지 못한것은 잘 아는 친구의 색다른 모습과 같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친구의 또 다른 면이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친한 친구이기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세상사는 이야기다. <위로의 밤>이 생각난다. 달이 기울고 별무지개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복잡하지만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지금과 내일이 만나는 곳에는 계절이 함께한다. 계절은 시간이면서 공간이며, 마음의 고향이다.

▲동네한바퀴, 25P  mixed media, 2018

▲동네한바퀴, 25P mixed media, 2018

잘 정돈된 나무와 화사한 꽃들이 집들을 감싸고 있다. <동네 한바퀴>에 등장한 집들과는 다른 집이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집들은 각기의 사람들과 각종의 식물들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나의정원>에서의 집은 마음에 있는 집이다. 마음의 집들은 오로지 나만이 살고, 나의 터전이며, 나의 영역이다. 나의 영역에 다른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가긴 하지만 그곳에서는 나의 마음에 허락된 이들만 살아간다. 여느 동네처럼 길도 있고, 서로의 소통을 위한 드나드는 문도 있다. 이곳은 내가 주인이며 나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네가 행복할 시간들을 기억한다.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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