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자 세계 곳곳에서 락다운(봉쇄)조치를 시행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봉쇄 조치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식당을 비롯해 마트, 백화점 등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점차 줄어들면서 일부 국가들은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그간 억제된 소비심리에 대한 보복 소비로 ‘펜트업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발간한 ‘향후 펜트업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면서 펜트업 소비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펜트업 효과는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외부 영향으로 수요가 억제되었다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 수요가 분출하게 된다.
국립국어원과 새말모임은 ‘펜트업 효과’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수요 분출 효과’를 선정했다. 예를 들어, ‘LG전자가 펜트업 효과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라는 문장을 ‘LG전자가 수요 분출 효과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수요 분출 효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업계는 단연 가전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집에 머무는 이들이 늘면서, 냉장고·세탁기·TV 등 대형 가전을 교체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TV와 모니터의 경우 집에서 영화·드라마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대형 화면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향후 펜트업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명목 민간소비는 숙박·음식, 오락·스포츠·문화, 교육서비스, 의류·신발 등은 줄었지만, 비대면 생활이 늘면서 가전제품·자동차 등 내구재(1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 등의 기타소비는 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9년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라인업이 큰 인기를 끌자, LG전자도 지난해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맞춤형 가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양사는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건조기·공기청정기·정수기 등 라인업을 점차 넓히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일관된 라인업으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2~3개의 가전을 동시에 구매하는 패키지 구매하는 형태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사인 월풀을 제치고 연매출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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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