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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진정한 문재인 지지자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7-30 11:15

사진출처: 청와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 가계는 역대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중심엔 부동산이 있었다.

아파트 가격이 역대 본 적 없는 가장 큰 폭으로 뛰어 많은 무주택자들은 꿈을 접어야 했고, 반면 뜻하지 않게 횡재를 한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성실함이나 노력과 같은 '전통적인' 성공의 요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찬밥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절'이었으면, 꿈도 못 꿀 부를 축적하면서 '문재인 찬양'에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며, 자신에게 부를 안겨준 사람에게 내심 고마워하는 경우도 많다.

■ MB정부 시절 아파트 매수 후 7년간 보유해 8천만원 이익 냈던 이씨

이진엽(가명, 당시 30세) 씨는 2012년 11월 경기도 구리에 있는 24평짜리 한 주공아파트를 2억 1,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그는 자기돈 1억 5백만원, 대출 1억 1천만원을 얹어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가 아파트를 사는 데 투입한 1억 남짓한 자기자본도 부모가 보태준 돈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살 집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장 근처에 소형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길 것을 대비해 젊은 부부는 살던 집을 전세 주고 자신들은 다른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장모님의 조언을 따랐다.

이씨 부부는 보증금 8천만원, 월세 45만원에 그 아파트를 임대 주고 자신들은 전세 3억5천만원의 30평대 아파트로 옮겼다.

이후 이들은 2019년 5월에 자신들의 24평짜리 아파트를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2억 9,500만원이었다.

7년 가량 아파트를 보유한 뒤 매매차익이 8천 만원 정도 생긴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 받은 이자 등을 감안하면 이익은 당연히 이보다 적다.

■ '반갑다' 문재인 정부...서울도 아닌데 2년만에 5억 번 이씨

이씨 부부가 24평 아파트를 매각한 시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한 참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의 무주택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한 동안 이씨 부부에게 서울 사정은 남의 일이었다.

여전히 젊은 이들 부부에겐 그 사이 아이들이 생겼다. 그들에겐 좀더 큰 '자신의 집'이 필요했다.

2019년 5월 이들의 인근의 다산신도시에 있는 33평짜리 아파트를 4억 9천만원에 매입했다.

자기자본 2억원에 대출 3억원을 얹었다. 대출 이자율은 2.3%였다.

그 사이에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난리가 났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공급 부족으로 뛰자 서울 중심부에서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서울 외곽의 집을 매수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 전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노무현 정부 후반부의 집값 급등기에 버블 세븐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폭등한 측면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시대엔 그야말로 '위치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값이 뛰었다.

서울 주변부의 집값과 전셋값이 뛰자 사람들은 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매나 전세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인근 경기지역 아파트 값도 폭등했다.

이씨 부부가 산 집도 끝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산 집은 2021년 7월 9억 6천만원에 거래됐다. 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4억 9천만원이 오른 것이다.

현재 이들 부부가 소유 중인 아파트 매도 호가는 9억원에서 13억원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최근 이 아파트를 고점에서 매도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이들 부부의 '실력'으로는 10년간 일해서 열심히 모아도 2,3억원도 모으기 힘들었지만, 서울도 아닌 지역의 아파트마저 폭등해 문재인 정부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 땡큐, 문재인 정부 "감사, 또 감사합니다"

현재 30대 후반의 나이에 불과한 이씨 부부는 문재인 정부 덕분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를 축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결혼 당시 샀던 20평대 아파트가 7년간 8천만원의 이익을 내준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샀던 30평대 아파트는 2년만에 5억원 가량을 벌어줬다.

그나마도 현재 더 오르고 있어 이들은 잘 팔기 위해 매일 눈을 부릅뜨고 부동산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값이 더 오를 기세를 보이고 있으니, 이들은 재산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씨 부부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지자다.

전혀 뜻하지 않게 큰 부를 축적하게 됐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집값 고공행진이 지속 중이어서 조금이라도 더 차익을 남기 위해 분위기를 면밀히 살핀다.

사실 이씨 부부의 직장은 변변치 않았다. 남편은 걸핏하면 회사를 옮겨다니기 일쑤였고, 그나마 비정규직등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했다.

아내 역시 집에서 애들을 키우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소히 돈을 보탰다.

하지만 그들은 불만이 없다. 자신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평생 벌어도 벌기 힘들었던 돈을 문재인 정부가 벌어줬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오랜기간 국토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장관도 이들에겐 고마운 사람이다.

김 전 장관이 '영끌족'들에게 집사지 말라고 여러차례 경고도 하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그 말과 반대로 행동한 사람들은 큰 돈을 벌었다.

이씨 부부는 농담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정말로' 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다음번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합니다. 직장생활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던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 정부에요."

■ 이씨 부부의 대척점에 있는 김씨 부부

최근에 만났던 서울 변두리에 사는 김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을 만나 6년째 30평대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고등학생 아이 2명을 키우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이 집을 팔면서 이들은 서울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몰렸다.

좋은 집 주인을 만난 덕분에 3억원대 전세금으로 서울에서 아이 둘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 변두리 아파트 주인이 이번에 10억원 넘는 가격에 집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이들에게도 죄를 지은 기분입니다."

그러면서 집을 매도한 집주인에겐 도리어 고마워했다.

"집 주인이 집을 파는 데도 사정이 있었겠죠. 그래도 그들 덕분에 편하게 서울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이 지경이 됐습니다. 집 주인은 사실 이 집을 저희에게 전세를 주고 자신들도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주인집은 집값이 폭등했을 때 이 서울 외곽의 집을 팔고 좀더 나은 곳으로 가려는 것으로 압니다."

집값 폭등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김씨네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김씨는 '아파트 무소유'가 인생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현재 대안이 없다. 서울에 직장이 있지만 서울에선 쫓겨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앞으로 훨씬 어려워질 출퇴근길의 고난 같은 건 김씨 부부가 지금 느끼는 낭패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 지인 박씨, 지방 아파트로 2.5억 벌었지만 '희망이 없다'

최근 만났던 지인 박씨는 1기 신도시 산본에 거주하는 유주택자다.

서울에서만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고 있는 박씨는 아파트값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최근 경기도 집값도 급등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서울 진입이 좌절됐다'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소유한 산본의 대형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5억원이 가량이 올랐다고 했다.

아이 하나를 대학에 보냈고 둘째 아이는 고등학생이다. 박씨는 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낸 뒤 다시 서울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뛰어서 자신이 소유한 '지방'의 아파트를 팔아서는 서울 진입이 만만치 않다면서 우울해 했다.

그러면서 1주택자가 집값 오른다고 뭐가 좋냐고 했다. 어차피 집을 팔고 나면 비슷하거나 좀더 나은 집을 사려는 게 사람들의 목표이니,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집값이 올랐다기 보다 화폐가치가 떨어졌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문재인 정부 들어 자신들의 계급이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아파트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무주택자나 아파트 비소유자들이었다. 이들에겐 앞으로 재기할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박씨도 자신의 형편이 나은 편이라는 데 동의했다.

마음씨 좋은 박씨는 열심히 돈을 모아 '형편이 될 때' 내집 마련을 하려던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날아간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성실히 살아가던 무주택자들이었다.

■ '진짜' 진보주의자들이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는 이유..."집값 폭등으로 가장 찬밥된 노동가치"

필자의 주변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현정부의 강력한 지지자였다가, 지금은 문재인 정부을 경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386, 혹은 386 아랫 세대들로 현 정부 인사들이 자신과 같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다.

필자 주변인물 중 스스로 좌파,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 중엔 진보의 가치를 '노동에 대한 존중', '약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진보가 보수보다 멋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중 노동을 가장 천시한 정부였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노동의 가치를 뭉개버리고, 약자들의 꿈을 짓밟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보는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보수는 시장에 맡기길 좋아하지만, 진보는 더 나은 세상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진짜 진보주의자에겐 지적 능력이 필요하며, 시장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도 요구된다.

하지만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 '내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혹은 '신념을 위해' 이상한 실험을 하면 사회가 위험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헛똑똑이들의 정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궁지에 몰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386세대(80년대 운동권)의 '시다바리'를 하면서 정부 인사들을 잘 안다고 자부했던 한 50대 초반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이 정부는 지킬 박사의 얼굴을 한 하이드였습니다. 역대 가장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부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었습니다. 386들을 잘 안다고 착각했지만, 이들의 부도덕함과 무능함 모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진보 세력이 계급 없는 사회를 지향해 왔지만, 현 집권세력은 넘을 수 없는 계급을 정립하는 데 혈안이 된 사이비였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정부를 지지하는 '이른바' 진보세력도 많지만, 이처럼 완전히 현정부에 완전히 등을 진 '진짜' 진보주의자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줬으며, 사람들의 인식에 큰 충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에 새롭고도 이상한 가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는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건 별로 의미 없다는 강력한 '안티테제'를 한국사회에 심어놓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집값 폭등이 한국 사회를, 한국 사람들의 인생을 참 많이도 바꿨놓았다. 그래도 필자는 성실히,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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