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연이틀 급락한 가운데 외국인이 대규모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고 있다.
그 물량을 개인이 받으면서 개인은 2영업일의 거래가 끝나기도 전에 6조원을 훌쩍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4조 넘게 팔고 기관도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개인이 이 물량을 떠안고 있다.
2시 40분 현 시점까지 이틀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4조원 이상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은 6.3조원 가까운 규모를 순매수했다.
■ 연이틀 벌이지는 개인과 외국인의 공방...외인 가열찬 매도와 개인의 계속된 매수
전날 코스피지수가 39.87p, 즉 40포인트 가량 속락할 때 개인은 3조 5602억원을 대거 순매수했다.
이는 1월 11일 기록한 역대 최대의 순매수 규모 4조 4,921억원, 1월 26일에 작성한 4조 2,050억원, 2월 26일 작성한 3조 7,786억원에 이은 역대 4번째로 큰 순매수에 해당한다.
반면 외국인은 2월 26일 기록한 순매도 2조 8,300억원을 잇는 2조 349억원을 대거 순매도했다.
미국 현지시간 12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되는 가운데 발표 이틀전 미국 나스닥이 급락했으며, 전날에도 뉴욕 주가는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 속에 외국인 매도세가 국내 주식시장에 무거운 중력으로 작용했다.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우려 속에 미국 기술주들이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았으며, 국내 시장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시장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
전날 삼성전자가 2.4%, SK하이닉스가 5.38% 급락한 뒤 이날도 외국인 매도 여파가 작용하고 있다.
전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920억원, SK하이닉스를 4,143억원 대거 순매도했다. 미국 기술주들이 위축되는 상황을 이용해 외국인은 한국 반도체주를 팔면서 시장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도 외국인과 개인의 대대적인 매도와 매수가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지수는 장중 3,150선 밑으로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틀째 사이 코스피 지수 상승분 100p가 날아간 가운데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 해외 주식시장 악재가 자극한 외국인의 대대적인 한국 주식 매도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위험자산이 잔뜩 움츠렸다. 물가와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시장에도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와 자본이득세를 인상 의지를 드러내면서 주식 투자자들을 좀더 긴장시켰다.
국내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장'의 안위를 위협하는 미국 시장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급락하면서 한국시장을 위협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시간 10일 4.66%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도체나 기술주에 대한 부담을 각인시켰다. 10일의 하락률은 3월 8일(-5.41%) 이후 가장 큰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도, 일본 등이 코로나 확산을 통제하지 못해 위험자산을 둘러싼 분위기는 조금 더 험악해졌다.
특히 코로나19를 상당히 잘 관리해 온 대만이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인식을 키우기도 했다. 대만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누적사망자가 12명에 불과한 국가다.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얼마나 더 한국 주식을 팔지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미국 상황이 어떻게 정리될지를 볼 수 밖에 없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이 이틀 연속 너무 강하게 한국 주식을 팔아 지수가 급락했다"면서 "일단 이런 움직임을 긴장하고 지켜볼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일봉이 아랫고리를 달고 올라와서 마감하면 다행인데, 그게 아니라면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는 당분간 박스권 내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어제, 오늘 주가지수 급락 상황은 외국인에 의해 초래됐다"면서 "종종 주식시장에서 회자되는 '5월에는 팔아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기업이익 상향조정, 특히 한국 수출호조 등이 주식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글로벌 물가에 대한 경계감과 외국인 매도에 흔들릴 수 있지만, 지금은 외국인 매도가 주식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 관심 모아진 美 인플레이션 데이터…미국 물가 논란이 미칠 여파 계속 주시
코로나19 재확산 등 주식시장을 긴장시키는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인플레 압력의 강도에 대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크다.
연준 인사들이 2분기 물가 압력의 '일시성'을 강조했지만, 막상 인플레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상당히 심각하게(quite seriously) 받아들인다고 한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가 압력이 2분기에 상당폭 높아질 수 있지만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거나, 상당한 정도의 물가상승률도 감내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의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가 시장 분석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4월 CPI는 전년비 3.6%, 근원물가는 2.3%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달의 2.6%와 1.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여러 연준 멤버들이 인플레 우려를 누그뜨리려는 발언을 보탰다.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완전고용과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 메스터 클리브랜드 총재는 모두 연준이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인내심을 발휘할 때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장기간 인플레 목표에 미달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2%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준이 거듭 인플레 압력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발언을 한 가운데 미국 물가 데이터에 대한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