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국내 시장이 외국인 선물 매도, 입찰 부담, 잠재적 추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주말 대외 흐름은 안전자산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미국 경제지표는 예상 수준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채권가격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는 급반등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20.7% 늘어난 연율 102만1000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14.6% 증가한 연율 88만8000채를 나타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IHS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 발표에 따르면,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계절 조정치)는 60.6으로, 전월 최종치 59.1보다 상승했다. 예상치인 60.5를 웃도는 결과다. 같은 달 서비스업 PMI도 63.1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전월 최종치 60.4에서 상승한 것이자 예상치 60.5를 큰 폭 상회하는 결과다.
■ 경제지표 호전과 세금 부담인상 부담 감소...주가 속등과 미국채 가격 4일만에 하락
뉴욕 주가지수는 1% 내외로 올랐다. 경제지표 서프라이즈가 세금 인상 부담을 압도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부유층 40% 세율이 의회 반대로 대폭 완화될 것이라 관측도 힘을 얻었다.
다우지수는 227.59포인트(0.67%) 높아진 3만4,043.49, S&P500지수는 45.19포인트(1.09%) 오른 4,180.17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98.40포인트(1.44%) 상승한 1만4,016.8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금융주가 1.9%, 소재주가 1.7% 올랐다. 정보기술주와 산업주도 1.4%, 1.1% 상승했다. 개별종목 가운데 전 거래일 장 마감 후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공개한 인텔이 5% 급락했다. 기대 이하 실적을 발표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2%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든이 제시한 부유층 40% 세율이 의회 반대에 부딪혀 한층 완화될 듯하다"며 "28%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은 "상하원 민주당 다수 의원이 이번 부자 증세 세율에 반대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채 금리는 4일만에 반등했다.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고 주가지수도 뛰면서 채권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88bp 오른 1.562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29bp 상승한 2.235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3bp 상승한 0.1534%, 국채5년물은 1.79bp 상승한 0.8099%를 나타냈다.
달러화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위험자산 선호 무드가 확연해지면서 달러값이 내려간 것이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57% 낮아진 90.8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67% 높아진 1.2099달러, 파운드/달러는 0.34% 오른 1.388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9% 내린 107.87엔에 거래됐다.
미국과 유럽 지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유가는 1% 이상 상승했다.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감소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71센트(1.2%) 높아진 배럴당 62.14달러를 기록했다.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71센트(1.1%) 오른 배럴당 66.11달러에 거래됐다.
■ 입찰에 대한 규칙적인 부담과 회복
지난 금요일엔 다시금 입찰에 대한 부담이 나타났다. 이번주의 입찰을 앞두고 예외 없이 헤지 욕구가 작용하면서 가격 반등을 제약했다.
입찰 전 헤지로 시장이 부담을 느끼다가 입찰이 무사히 끝나면 다시 강해지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일방적 금리 상승 흐름은 진정됐으나 입찰이나 옵션 물량 등에 따른 규칙적인 강약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30일 입찰하는 모집방식 비경쟁 인수는 2년물 0.3조원, 3년물 0.3조원 등 0.6조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3월엔 2년 0.1조원, 3년 0.1조원, 30년 0.4조원이 모집 비경쟁 인수로 결정된 바 있으나, 이번엔 가장 짧은 국고채를 절반씩 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물 매매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매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순매수하거나 순매도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 재난지원금과 금리 레벨 민감도
지난 금요일엔 재난지원금리 다시 관심을 끌면서 채권시장에 부담이 됐다.
23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학영 비상대책위원은 "묵묵히 방역 조치에 협조해주신 한분 한분 빠짐없이 보상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직접지원, 금융·세제 지원 등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재난지원금 이슈를 거론했다.
이 위원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지난 1년간 현장에서 쌓인 각 재난지원금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준비해서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우리는 한차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내수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고 자평했다.
여당은 다시금 재난지원금 이슈를 끄집어내면서 떨어진 당의 인기를 만회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다만 금융시장도 언제든 재난지원금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대통령 등 정부나 여권에서 '위로금' 형식의 돈풀기마저 거론했던 상황에서 자영업자 지원, 정치적 인기 고양 등을 위해 언제든 현금 지원 이슈는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 악재는 시장이 민감한 레벨에 있을 때 좀더 잘 먹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고3년이 1.1%선으로 내려오고 국고10년이 2%를 밑돌면서 추가 강세가 망설여지는 상황에선 악재가 좀더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아무튼 추경과 관련된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 이슈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우원식 의원은 "코로나19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재정 불건전성 주장은 한가한 소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이 4.7보궐선거에선 대패했지만 국회 내에선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새로운 당 대표 선출 후 보일 민생 행보에 따라 계속해서 현금 지원과 추경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상태다.
한편 일각에선 추경 문제로 금리가 튈 경우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