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이사
특히, 핀테크 기업 중에서도 디지털 기반 여신기업(Digital Lender)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북미 대표 디지털 여신기업인 어펌(Affirm)이 지난 1월 상장해 시가총액 230억 달러(한화 약 26조 원)를 달성했다.
학자금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또 다른 디지털 여신기업인 소파이(SoFi)도 올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상장을 예고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소파이의 기업 가치는 약 87억 달러(한화 약 9.6조 원)의 수준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인터넷은행을 필두로 한 여러 핀테크 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면서, 인터넷은행의 IPO 뿐만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는 핀테크 업체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P2P금융을 전신으로 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이하 온투업계)가 본격적으로 사업 활동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국내에서도 어펌이나 소파이 같은 조 단위의 기업 가치를 지닌 디지털 기반 여신기업이 나올지 지켜볼 만하다.
국내 여신시장은 디지털 기반 여신기업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토양을 갖췄다.
현재 한국의 개인신용대출 시장은 대략 150조 원 규모다. 그중 2금융권의 시장 규모는 80조 원으로 1금융권보다 10조가 큰 시장이다. 또, 신생 인터넷 은행의 출현으로 1금융권에서는 디지털 뱅킹 전환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데 반해, 2금융권은 아직 오프라인 중심의 뱅킹 서비스로 이뤄져 있다.
디지털 기반의 여신기업들이 2금융권의 디지털화에 어떤 형태로 메기 역할을 하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이미 중신용 금융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중금리 대출이 100% 비대면 온라인으로 가능한 상품들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온라인 대출 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전 세계 유일의 관련 규제인 온투법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이 새로운 규제 환경은 건전성을 갖춘 온투업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기반의 여신기업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 기관들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옥토버(October), 미국 렌딩클럽(Lending Club) 등 유수의 디지털 기반 여신기업에 대한 기관투자 비율은 70%가 넘고, 중국 루팍스(Lufax)도 100% 기관 투자로 소비자 대출이 실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이 2021년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이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에 대한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온투업 여신 시장에서는 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7~8%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임을 고려할 때,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 여신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온투업 원년에 빠른 성장을 위해 국내 디지털 기반의 여신기업들은 기존 대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데 가열찬 노력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안신용평가 모형이 있다.
기존 신용평가 모형은 제한된 데이터를 근거로 신용 점수를 계산해왔기 때문에 사회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 상황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의 큰 비용을 지불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디지털 기반의 여신기업들은 음성 인식, 웹 행동과 같은 각종 대안 데이터를 확보하고,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설계하고 이를 고도화하여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출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피플펀드도 머신러닝 등 IT기술과 대안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한 후,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해온 금융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대출상품을 제공하며 여신 시장을 바꿔가고 있다.
물론 디지털 여신 기업에게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들이 도입한 대안 데이터와 신기술이 여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검증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직은 기존 금융기관과 디지털 여신 기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업권을 이끄는 주요 디지털 여신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등을 통해 정보 수집 규모를 늘리고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한다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디지털 여신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금융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아 감에 따라 온라인 대출 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밝다. 더욱이 안전한 규제 환경 조성, 글로벌 투자 트렌드 등 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제 공은 디지털 기반의 여신 기업에게 넘어왔다. 과연 누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매료 시켜 압도적인 우위로 시장을 재편할 것인가? 결과를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