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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송서 패한 SK이노베이션, 돌파구 찾기 부심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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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2-22 00:00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 10년간 금지 판결
LG화 합의에 무게…관건은 배상금 규모

▲사진: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고자 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년간 이어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포기할 수 없는 핵심사업인 만큼 향후 대응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에 대한 판매금지 명령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기로 약속한 폭스바겐·포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물량에 대해선 각각 2년과 4년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했다.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성장동력을 낙점하고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 3위권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은 회사가 특히 공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에 약 3조원을 들여 21.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판매금지 조치로 추가적인 수주는 물론 유예기간 이후 애써 잡은 폭스바겐·포드에 물량 공급이 불가능하다. ITC는 예외조항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이들(포드·폭스바겐)이 새로운 부품 공급사를 바꾸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서”라고 판결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판결 이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승소한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시장에서도 추가적인 법정 분쟁을 경고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한국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며 “여기서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는 SK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60일 이내 ITC 판매금지 명령을 무효화할 수 있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공장이 미국 친환경차 산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는 한 번 있다.

2013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ITC가 2·4년 유예조항을 둬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했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국·중국기업간 분쟁을 대비하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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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ITC 판결에 대해 직접 항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송 기간 동안 판매금지 조치로 인한 사업 차질은 계속된다. 소송 장기화도 부담이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하는 것이 사업차질 최소화와 남아 있는 소송 리스크를 정리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안으로 거론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간 소송 불확실성의 해소 차원에서는 양사간 합의가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불할 합의금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판결 이전부터 약 3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실제 피해액, 징벌적 손해배상액, 소송비용 등이 포함됐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을 수천억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대규모 합의금에 따른 재무 부담이 걱정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페루 광구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3조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배터리 등 사업 확대에 따라 늘어가고 있는 차입금 규모도 부담되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정유사업 업황도 어둡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배터리 분리막 생산을 담당하는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홍역을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좋은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LG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EV의 화재 원인 가운데 하나로 “배터리 분리막 결함“이라고 잠정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코나EV에 사용되는 배터리 분리막은 중국기업으로부터 공급됐다.

증권가에서는 ITC 최종판결 이후 SK이노베이션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합의 가능성·방식·규모 등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코너에 몰렸다”면서도 “미국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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