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출범 후 세계 경제 흐름은 어떻게 변할지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본다.
트럼프 정책 리셋… 경기 부양을 위한 변화에 초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대내외 경제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는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성과가 컸던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지우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복원에만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커다란 변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근무할 당시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별도의 국제보건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케어’를 복원시킬 뿐만 아니라 적용 범위를 극빈층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경기 대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 때에는 경기 대책을 아예 일자리 대책으로 명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정책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 정책을 더 강화 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시(Refresh)’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美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 세금 크레디트 부활될 듯
그렇다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사실 주거정책 (Housing)은 바이든 당선자의 주요 선거 공약 의제 중 하나다.
그는 주거정책에 앞으로 10년간 6,4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전망이다.
우선 첫 주택 구매자에게 세금 크레디트 제공을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고수된 ‘내 집 마련이 가족 자산 형성의 기반’이라는 원칙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만 5,000달러의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금 크레디트는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 외에도 흑인과 히스패닉계에게도 혜택이 주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교사와 처음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직업군(경찰, 소방관, 응급의료원, 구급대원 등)에게 주택 구매시 계약금 보조 또는 인하된 주택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공공 크레디트 에이전시를 설립해 소수 인종으로 하여금 임대료 공과금을 성실하게 납부토록 해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다.
임대자에게도 택스 크레디트를 제공하고 금융권과 임대 분야에서 인종 차별도 강력하게 규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비가 가계 총수입의 30%를 넘지 않도록 정부 임대 보조금을 확대하는 조치도 예상된다.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지원 서비스와 주택을 공급하고 2035년까지 석탄을 사용하는 주택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그린에너지 사용 주택을 늘리려는 계획도 주목된다.
그리고 이 웅대한 계획의 운영자금은 조세에서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의 조세정책은 40달러 이하 소득자의 세율 인상은 막고 저소득층의 감세혜택은 늘리는 방향이다.
반면 고소득자와 주식회사에는 더 많은 세수를 충당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고소득 개인의 연방 소득세율을 현재 37%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주식회사 세율은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한다.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세제 개혁으로는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을 매도할 때 양도차액이나 요건을 갖춘 배당 소득이 100만달러 초과시 현행 최고 20%에서 39.6%로 인상한다.
양도세 납부 연기 투자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있다. 거주 주택의 경우 양도세 공제액을 반감해 개인은 10만달러, 부부는 20만달러로(현행 개인 25만달러, 부부 50만달러)로 낮추는 조치도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 탓 국내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관망세 예상
건설업계는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 내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함에 따라 관련시장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바이든 당선자의 공약이 실제 재정지출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건설 인프라에 1조 6,000억원, 주택에 6,500억달러 등을 투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미국 건설시장은 글로벌 건설사들이 즐비한 만큼 다른 해외 건설사가 진출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과거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지만, 국내 기업들이 직접 수주한 사례는 없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미국에서 올린 수주 실적은 7억 4,040만 7,000달러로, 국내 업계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금액(1,020억 538만 3,000달러)의 0.7%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 건설시장은 자금력과 기술력, 노동시장 구조 등을 모두 이해해야 진입이 가능한 까다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현지화가 필수”라면서 “당선자의 건설 인프라 투자 약속을 바로 호재로 인식하기엔 무리지만 앞으로 현지사 인수합병,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인데, 바이든 당선자는 재정확대의 연속성을 위해 저금리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 연준도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당분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약달러가 지속되면 저금리 장기화와 맞물려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국내 주택시장도 영향권이다. 다만 정부의 규제가 변수다.
한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미국 내 저금리 기조와 추가 재정지출로 인한 시장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 국내 주택시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바이든 정부의 정책방향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고, 그 정책들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체적인 영향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