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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엄마·아빠 대신 아이 실력으로 대학 가는 시스템은 왜 안 되나

장태민

기사입력 : 2020-12-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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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교육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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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후배 A는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강렬하게 일었던 '공정 사회'에 대한 열망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제 이 정부가 정말로 '공정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권 초반 이 정부를 강하게 지지했던 A는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전 '이번 대선은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라고 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정부란 게 이렇게 운영될 수도 있구나 하고 혀를 찼다. 당시 사람들은 '정상 정부'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랬던 사람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부도덕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 당시 읇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장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애시당초 이런 얘기는 '불가능한' 모토라는 사실을 세파에 찌든 사람이라면 모두 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방향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뀐 게 없음을 깨닫고 있다. 아니,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제 웬만한 사람이라면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조국 사태 등에서 드러난 위정자들의 이중성에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찼다. 정부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 '내 자식'을 위해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를 일삼는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 필자의 주변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교육 분야의 '공정한 경쟁 시스템' 복원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기대는 무리였다.

대학 입시는 사실상 아이 대신 '엄마나 아빠'가 대신 치르고 있다. 왜 이런 억지스런 시스템을 고치지 않을까.
■ 입시 비리와 장관의 부인에게 내려진 유죄

전날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 중앙지법 형사25-2부의 임정엽 부장판사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부정에 따른 업무방해, 위조사문서 행사, 사모펀드 투자에 따른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수사 뒤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9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 7가지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딸의 단국대 논문 1저자 허위 등재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등은 정 교수가 직접 했다고 봤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인턴십 확인서는 조 전 장관과 공모해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단지 1심이 끝났을 뿐이지만, 우리 사회 명망가들이 자녀 입시를 위해 온갖 석연치 않은 일들을 꾸민다는 주장이 좀더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투자를 받은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를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한 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변창흠닫기변창흠기사 모아보기의 알뜰하게 자녀 해외 명문대 보내는 법..사사 받고 싶은 후배

문재인 정부 만큼 위정자의 자녀들이 세간의 이목을 끈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이들의 교육법이 워낙 특출나서 일 것이다.

해외 대학에 보내면서 돈을 거의 들이지 않는 능력들을 갖추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예정인 후배 B가 변창흠 국토장관 후보의 딸 얘기를 했다.

사실 후배B와 그의 부모는 '잘 나가는 가문' 출신이다. 이에 따라 B도 영국에서 유학한 적이 있고, 영미권 대학의 사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눈에도 위정자들의 자녀 교육법은 '한 수 배워보고 싶은' 구석이 있었다. 후배가 밤에 메신저를 보내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변창흠 후보의 딸 교육시키는 법은 본받을 만 합니다. 11~16년 예일대, 17~19년 시카고대 석사에 보내면서 학비로 8만 달러, 생활비로 11만 달러를 썼답니다."

나는 "그게 말이 돼? 거짓말 아냐"라고 했다. 후배는 자신이 아는 상식으로 볼 때 딸이 천재였던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가장 비싼 사립대학 학부와 석사를 마치는 데 저 정도 돈을 썼다는 게...."라면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첫번째는 딸이 천재였을 가능성, 두 번째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이 정부의 '청렴결백'을 의심하지 않았던 만큼 딸이 천재이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 아빠 재산신고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자녀들은 해외 유학파

정권에서 힘깨나 쓰는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해외에 보냈다.

재산 신고 금액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그들만의 비법이 있음에 틀림없다.

후배 B가 영국에서 유학을 했던 만큼 김두관 의원의 자제에 관한 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경남 남해군 한 마을의 이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논란과 관련해 "시험 합격했다고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더 임금을 받는 게 불공정하다"는 발언을 한 뒤 자녀의 신상이 털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이 정부 인사들이 자녀를 키우는 방식은 많은 사람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그의 자제는 영국 사우스햄튼 솔렌트 대학에서 '풋볼 스터디 앤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2016년 졸업했다.
그의 아들은 2014년 말에 축구 유학과 관련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의 아들은 "어학을 배우는 데 1년, 국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파운데이션 과정 1년, 그리고 학사 과정 3년 등 5년을 생각하고 영국에 왔다"는 내용을 올렸다.

후배는 김 의원의 자녀 교육법도 알고 싶어했다. 아들이 유학할 당시 김 의원의 재산신고액은 1억원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후배 B의 반응은 이러했다.

"영국 사립은 미국 사립보다 비싼 곳이 많아. 대학총장상 같은 걸 받아야 하는데...역시나 자녀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야. 그런데 능력 있는 친구가 왜 어학연수를 하고, 파운데이션 같은 걸 하지. 나같이 능력 없는 놈도 둘 다 패스하고 바로 학부에 들어갔는데..."

후배가 모르는 능력들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후배는 오래 전 자기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1년에 2천 이상 들었다고 했다.
한 때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딸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공직을 맡을 때 4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그의 딸은 시카고에 있는 비싸기로 소문난 한 예술학교를 다녔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눈이 밝은 네티즌에게 걸려던 것이 문제였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아빠를 둔 딸이 마치 패션 모델처럼 고급 의류를 자랑하면서 해외 각지를 떠돌자 일부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후배 B는 '좋은 집안' 출신인 만큼 이런 사정에 아주 빠삭하다.

"형, 거긴 1년에 학비만 최소 7천만원은 될 걸. 각종 준비물에 생활비까지 하면 연간 2억원 이상 들 수도 있어. 미국·영국 대학을 대체 뭘로 보는 거야?"

좋은 집안 출신 후배 B는 자신이 아는 후배도 시카고 아트 스쿨을 다닌다면서 '돈을 마련하는 비법'들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주문만 걸면 누군가 자녀의 학비를 대주는 것 아닐까."

■ 후배 B의 386에 대한 분노

B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386 '시다바리'로 직장생활을 20년 했다.

1970년대 초에 태어나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 중엔 386들을 잘 아는 사람들도 많다.

1960년대생들이 1990년대 '학생운동 후반기'를 이끌 때 그들과 같이 어깨를 걸고 잡일들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후배는 386들의 처지를 참으로 부러워했다.

"우리가 그들의 시다바리였잖아. 이들은 대학에서 공부를 한 적도 없고 데모만 했고, 우리가 그 데모를 뒷바다리지 했잖아. 그들은 그렇게 데모만 하고도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는 공부는 공부대로 해야 했으니, 참 운이 없었잖아."

1970년대 초반생들(군대를 다녀온 남자 기준)은 IMF 사태가 터졌을 때 취직을 해야 했다. 이들이 입사했을 때 386 윗세대 상당수가 IMF를 맞아 쫓겨나고, 젊은 386들은 장기간 간부 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후배는 자신의 직장생활도 대학 때처럼 '386 시다바리'였다고 했다.

"386 중엔 능력도 없으면서 끝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잖아.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일은 우리 세대가 다하고, 386들은 누리기만 하잖아."

386 정치인들은 민주화를 팔아 먹으면서 승승장구했고, 그들 다음 세대인 297(90년대 초반에 대학 다닌 70년대 초반생)은 늘 똥차에 막혀서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런 297도 이젠 40대 후반, 50대 초반까지 나이를 먹었다.

후배는 이제 그들은 비난한다.

대학 때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자들이 입시제도를 악용해 자녀들은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그러면서 이 정부도 사실상 '엄마나 아빠가 치르는' 입시제도를 고칠 생각이 없다고 본다.

후배 B도 곧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한다.

■ 386 C형의 좌절...말도 안되는 입시제도 왜 이렇게 안 고쳐지나

386세대인 C형은 지금의 입시제도에 분노한다.

C형은 이미 60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지만, 망가진 교육 제도 얘기만 나오면 핏대를 올린다.

"최근 법무차관이 조국의 입시비리에 대해 다들 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회가 이 정도로 썪어 있어. 서울대, 연고대, 다른 명문대 입시 모두 지금 말이 안돼. 이 따위로 애들을 뽑는 게 말이 돼?"

예전처럼 수능이나 학력고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수능이든, 학력고사든 어떤 방식이든 시험을 쳐서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학교별 격차가 있으니, 여기에 '시험을 토대로 한' 내신성적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대학입시를 80% 정도 반영하고 나머지는 내신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학력고사 시스템과 비슷하다.

지금은 대부분 수시로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수능시험은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점수로 환산하는 봉사활동이 무슨 놈의 봉사활동이야? 점수를 더 쳐주려면 차라리 가난해서 편의점 알바 뛰는 고등학생에게 점수를 줘야지. 독후감 써서 점수를 받기고 하고, 참 골때리는 시스템이야. 고등학생이 교과 과정 배우는 게 기본인데, 대체 뭘하는 거야. 심지어 해외 봉사활동 같은 걸 하면 점수를 더 쳐주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고칠 생각을 안하니 분통이 터져."

남들이 명문대학이라고 말하는 곳을 졸업한 C형의 분노는 이어졌다.

"이런 망가진 시스템 때문에 수능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은 좋은 대학을 못 들어가잖아. 돈 많은 엄마, 아빠 둔 애들만 서울대, 연고대에 가지 않나. 성적만 따지면 서울대를 들어갈 놈도 집안이 가난하면 못 들어가잖아. 이 따위가 어딨어? 조국 말대로 가붕개는 영원히 가붕개로 살라는 거냐. 가붕개들 중에 조국보다 능력 뛰어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애초에 공정을 논할 자격 조차 없는 자들이 나라를 이끈다고 쇼를 하고 있는 것 아냐?"

386의 끝 세대인 D씨는 최근 자녀를 대학에 보낸 뒤 전교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가르칠 능력이 없는 전교조 교사들 때문에 더 교육개혁이 안된다고 했다.

"아들한테 들은 얘깁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때 담당 교사에게 뭔가를 물어봤는데, 학원에 가서 학원 선생에게 질문하라도 했대요. 자기 과목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자들이 선생질을 하겠다고 앉아 있는 게 지금의 썪어빠진 교육 현장이에요."

그는 정상적인 대학 입시가 무너진 이유의 상당부분을 교사의 권력 남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사는 가르치는 게 직업이다. 자신의 교육법이 경쟁력이 없다면 당연히 긴장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D씨는 많은 교사들이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성적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 시스템이 된지 오래됐습니다. 가르치는 능력조차 의심스러운 교사들이 학종 같은 시스템 덕분에 애들에게 점수를 주는 권력을 갖게 됐죠. 덕분에 대학은 학업능력과 관계없이 애들을 뽑고, 교사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애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죠."

현대 한국사회에도 음서제도가 정착된 지 오래됐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뽑겠다는 정책은 애초부터 사기였다.

고려시대에 특권 귀족층이 음서의 혜택을 누렸다면, 이 시대엔 좀 더 대중화됐다.

대한민국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음서제도를 활용할 더 다양한 길이 있다. 많은 현대판 귀족 자제들은 공부 잘하는 평민 자제들의 핏값으로 명문대학을 다니고 있다.

과연 2021년 한국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공정해질 수 있을까.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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