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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서울 아파트 10억 돌파와 '물가'에 대한 혼란

장태민

기사입력 : 2020-11-12 15:20 최종수정 : 2020-11-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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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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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20년 8월.

부동산114는 7월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5억원 수준에서 2배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초로 평균 20억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9월.

KB국민은행은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해 10억 312만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KB가 1년전인 2019년 9월에 발표한 가격보다 1억 6261만원 급등한 것이었다.

KB기준 데이터를 기준으로 '빅 피겨'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 출범전인 2017년 3월 아파트값은 6억원을 넘었고 2018년 3월에 7억원을 넘겼다. 2018년 10월 8억, 2020년 3월 9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엔 반년만에 1억원이 더 올랐다.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2020년 8월부터 부쩍 '집값이 안정됐다'는 얘기를 했다. 일부 지역은 아파트 값이 하락한 사례를 거론하기도 하는 등 집값 안정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서울 뿐만 아니라 서울 인근의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뛰었다. 경제수장이나 주택정책 담당 수장의 말과 달리 아파트 값은 안정되지 않았던 게 진실이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서울 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비중은 대략 51:49 수준으로 나온다. 서울 내 여전히 자가를 소유하지 못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또 일부에서 '설마'하던 10억원 평균이 현실화됐다.

■ 한 직장인의 물가에 대한 분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전세는 그야 말로 사회문제가 되자 직장인 A씨가 연락을 해왔다.

A씨는 "물가 급등으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A씨는 "아파트 값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는데, 왜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는 이렇게 낮은가"라고 따졌다.

소비자물가 통계엔 집값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A씨가 항의했다. 그는 '그 따위' 통계를 왜 만들었느냐고 힐난했다. 내가 만들지 않았다.

A씨는 물가에 집값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A씨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물가'가 집값이고, 이 집값이 뛰어서 인생 포기를 생각하는 마당에 한가하게 왜 소비자물가 지수에 집값을 뺄 수 있냐고 항의했다.

나는 각 나라들은 상황에 따라 집값을 소비자물가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A씨는 20년 넘게 일을 해서 모은 5억원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뇌리에선 단순한 산수가 이뤄졌다. A씨가 1년간 평균 2500만원을 모았구나 하는...

A씨는 20년간 악착같이 모은 그 5억원이 서울 아파트의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생각에 좌절한 것으로 보였다.

■ 한 베테랑 한은맨의 물가 체계에 대한 방어

한국은행에서 30년간 중앙은행맨으로 살아온 B씨와 A씨의 항의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놓고 얘기를 했다.

B씨는 '체감물가'와 '지수물가'의 차이에 대한 안타까워했다. B씨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의 급변동 등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물가는 물가지수가 나타내는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B씨에게 A씨가 문제 삼는 것은 '자질구레한' 짜장면값, 삼겹살값, 오이값이 아닌 '아파트값'이라고 상기시켰다. 사실 A씨는 짜장면 값 따위는 1만원으로 뛰든 2만원으로 뛰든 상관없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지상과제로 하는 조직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대체로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과거 성장시대엔 높은 물가상승률을 제어하는 게 이 조직의 최대 과제였지만, 일의 성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한은은 물가가 오르지 않아 골치가 아픈데, A씨는 물가가 폭등해 내 집 마련도 포기하고 얼마 남지도 않은 직장생활의 의미도 잃어 버렸다.

B씨는 A씨의 사연을 안타까워했지만, 집값을 물가에 포함시키는 게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집값을 포함시키면 물가체계가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경제상황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전반적인 경제 진폭보다 부동산 경제의 진폭이 큰 경우가 많이 있으며, 집값이 포함되면 경제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내 집 마련이 지상과제인 사람들에겐 예컨대 한국은행에서 말하는 '2% 성장하던 경제가 2.5% 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별로 감흥이 없는 경우도 많다. A씨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겨우 성장률 찔끔(예컨대 0.5%p면 크다) 더 올리기 위해 금리를 이렇게나 내려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나요? 경제가 좋아지는 댓가로 나같은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은 빈민이 돼야 하나요?"

A씨는 물가 폭등으로 자신이 빈민이 됐다고 주장했으며(한국가구 재산 중앙값은 3억원이 되지 않는데, 5억원인 A씨는 자신을 그렇게 비하했다), B씨는 "한국은행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 실물 디플레와 자산 인플레

일부에선 '실물경제는 디플레이션 상황, 자산시장은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는 말도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아닌데다 전반적인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낮은 물가상승률과 집값 폭등을 간단히 표현하다 보니 '실물 디플레와 자산 인플레'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

국내에선 소비자물가에 전월세는 반영하지만 집값은 반영하지 않는다. 집값을 물가에 반영할 경우 실물경제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사람들은 집값을 소비자물가에 '직접' 반영해 통화정책(금리 조절)을 펼칠 경우 정책이 경기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나는 A씨에게 이런 '사연'을 설명했으나, 그는 '거대 엘리트 집단' 한은이 말하는 논리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집값보다 더 중요한 실물경제가 어딨습니까? 회사를 다니고 야근을 하고 하는 게 그 삐까번쩍한 콘크리트 더미 하나 장만해보려고 하는 것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직접적으로 감안하지 않는다고요? 참 높은 양반들 한가하게들 사시네요."

만약 소비자물가에 집값이 포함돼 있고, 집값 급등으로 소비자물가가 2%에서 3%로 뛰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다. 한은은 이런 식의 대응이 경기와 맞지 않아 위험하다고 본다. A씨에겐 이런 얘기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체질적으로 자산시장에 둔감한 중앙은행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은은 실물경제를 1차적으로 보고 금융안정을 2차적으로 살핀다.

한은은 또 금리를 결정할 때 '모든 경제지표'를 다 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시장 동향,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 가계부채 동향 등도 늘 체크한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은 후순위다. 물가, 그리고 성장이 정책 결정에서 더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자산시장에 대해 둔감(?)한 것은 한은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한 때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 된 연준 의장 앨런 그리스펀 역시 자산시장(부동산 시장)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를 중시하면서 통화정책을 펼쳤고, 자산시장의 또 다른 분야인 주식시장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사람이다.

단순하게 말해 그린스펀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자산버블은 사후적으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사전적으로 자산시장이 버블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버블이라도 하더라도 통화정책으로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린스펀의 이런 '안이한' 접근은 큰 비판에 직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위기'의 다른 말이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은행이 돈을 꿔주고 그 대출들을 모아 각종 증권을 만들어 사고 팔고, 던지고 하다가 시스템이 무너져 버리자 '자산시장에 둔감한'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후 부동산 등 자산시장과 금융안정에 대해 중앙은행맨들은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했던 것이다.

■ 정부가 이 모양인데, 우리더러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한국은행은 2017~2018년 단 두 차례 금리를 올리고 2019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내렸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낮은 물가와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은 2년간 단 두차례 올렸던 금리를 2019년 하반기에 모두 내려 버린다.

당시 많은 일반 시민들은 "다시 또 아파트 값이 뛰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 봤다.

하지만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를 내릴 때, 혹은 너무 낮은 금리에 대해 A씨와 같은 사람들이 불안할 때 이 총재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를 거론하면서 집값 안정 예상을 내놓곤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익은' 규제는 금융시장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모두에서 매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동일한 효과만 강화시켰다.

주택시장의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모두에서 매물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이런 메카니즘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을 '집값 급등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읽었다. 이런 사람들 중엔 한은 총재가 말했던 '정부 대책 효과' 발언을 두고 비웃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은 사람들도 항변을 했다.

일부 한은맨들은 경기 상황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집값을 직접 타게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헛발질을 하면서 자신들까지 같이 욕을 얻어 먹는다고 주장했다.

■ 아파트 '물가' 둘러싼 논란..믿을 수 없는 집값 통계

시민단체 경실련이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52% 뛰었다고 했을 때 정부는 14% 올랐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KB 중위 매매가격을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 즉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50% 남짓 뛰었다고 했고, 정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조사를 기준으로 10% 남짓 올라다고 한 것이다.

정부는 "경실련이 주장한 통계는 시장을 과잉해석하게 만든다"면서 주장했다

상승률 52:14라는 차이는 결코 합의를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동네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 얘기를 했다. 경실련이 3억원 가량 올랐다고 했으나 자신의 동네에서 3억원 보다 더 뛰었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서울 아파트가 3년간 14% 올랐다는 사실을 믿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통계 수치를 계속 윽박 질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월 29일 국회에 출석해서 한 말은 난감했다.

"정부 기본 통계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 주택은 11% 올랐습니다. 국민 체감과 다르겠지만 장관으로서 국가가 공인한 통계를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관은 비현실적인 '국가 공인' 상승률을 말했고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계산했다. 장관에서 통계를 읽을 수 있는 소양이 없으니 대통령이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던 것 아닐까.

주택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은 서울 아무 곳에나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몇 곳만 둘러봐도 알 수 있는 현실적인 수치 대신 비현실적인 수치를 고집했다.

2020년 8월부터 홍남기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은 쌍두마차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세'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값은 1억원 넘게 뛰었으며, 안정을 자신할 상황도 아니었다.

특히 임대차 시장에선 말 그대로 '전세 난민'이 출현하는 등 난리가 나기도 했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자 부르는 게 값인 동네들이 출현했다.

또 홍남기 부총리가 웃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주변 사람들은 홍남기 부총리가 자신의 정책에 발등이 찍혔다고 걱정했으나, 필부들이 고관대작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주제넘는 행동일 뿐이다.

서울 아파트 10억원대 시대!

돈은 그 만큼 값어치가 없어졌다. 그런데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하고, 제집이 없는 많은 서울인들은 물가(아파트) 폭등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아파트 10억원대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물가와 관련한 혼란에 휩싸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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