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장기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진 모습을 나타내면서 10년-3년 스프레드는 일단 60bp대 초반을 넘어 중반까지 노려보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채권 발행 물량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가운데 최근 움직임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경계감도 적지 않다.
현재 10년-3년 스프레드는 2015년 중반 이후 가장 크게 벌어져 있다.
■ 고점 넘어서는 10-3년 스프레드
올해 국고10-3년 스프레드는 3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20bp대에서 등락 중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한은이 금리를 75bp 내리면서 스프레드는 확대됐다. 금리 인하 뒤 스프레드는 주로 50bp대 등락을 이어가다가 최근엔 60bp를 넘어섰다.
국고10년-3년 스프레드는 추석 연휴 전만 하더라도 50bp대에서 등락하다가 연휴가 끝난 뒤 60bp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9월초 채권 물량에 대한 우려가 심해졌을 때 스프레드는 60bp를 약간 넘어선 뒤 되돌려졌다.
통상 연말을 앞둔 4분기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물량은 평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물량 부담이 계속해서 달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또 일부에선 내년 물량까지 걱정하면서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채 발행이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있는 가운데 일단 최근엔 미국에서 장기 금리가 튀면서 국내 스프레드도 벌어진 측면이 있다.
■ 美 일드 커브 스티프닝...경기부양책이 불러 일으킨 경계감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이달 들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영업일 동안 10.44bp 올라 0.7867%로 상승했다.
지난 9월 이후 미국채2년물 금리는 0.12~0.14%대에서 등락 중인 가운데 만기가 긴 채권 금리들의 오름폭이 돋보인다.
미국채30년물 금리는 10월 들어 3영업일만에 13.8bp 올랐다.
일드 커브 스티프닝 가능성은 미국 장기 금리가 급등으로 좀더 부각됐다. 5일 미국시장에서 하루만에 10년이 9.03bp, 30년이 10.45bp 뛰면서 물량 부담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닫기

특히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로만 보면,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여유있게 앞서고 있어 민주당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수급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경기부양책을 앞두고 미국 금리가 튀었다"면서 "특히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을 모두 먹는다면 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재정지출이 기정사실화돼 있는 만큼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함께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 국내 커브의 스티프닝 압력
국내 일드커브도 스티프닝되고 있다. 국내 채권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기 개선세까지 합세한다면 커브가 이 수준에서 더 설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단 당장은 10-3년이 65bp까지는 트라이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내년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서 "코로나 백신이 나오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 그래도 국채물량이 많다. 이런 상황에선 2013년 이후 스프레드 고점인 0.79% 수준을 벗겨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리먼 때 금리 인하하면서 10-3년 스프레드가 150bp를 형성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말해 내년 경기개선, 인플레이션, 국채공급 부담 3요소가 결합할 경우 0.79%를 상향 돌파해 1% 언저리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물가채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튼 미국과 한국 모두 재정정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장기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쪽 재정 패키지를 확인해야 한다. 스프레드 수준이 얼마다라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 역시 재정정책의 부작용으로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 물량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분위기까지 심상치 않으니 일단 단기구간으로 대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들도 보인다.
D 은행의 한 딜러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60bp를 넘어서고 장기물에 대한 부담이 있다. 단기물 위주의 보수적인 운용이 나아 보이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 추세적 스팁은 한계 보일 가능성
다만 물량 부담에도 불구하고 커브가 이미 2015년 이후 가장 스팁해진 상황인데다 경기와 물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내년 스프레드의 큰폭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B 운용사 매니저는 "10-3년 스프레드가 이전 고점 62bp를 상향 돌파하긴 했지만, 당장 추세적으로 죽죽 오르긴 어렵다"면서 "추세적으로 더 벌어지기 위해선 경기개선과 인플레가 받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수급 영향이 큰 국면이다. 당분간은 스프레드가 신고점을 형성한 뒤 반락하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일 듯하다"고 말했다.
장기물 금리변동 위험이 적지 않은 만큼 단기 구간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는 조언들이 보이지만, 향후 그림은 단기 테너 금리가 올라오면서 커브 스티프닝을 완화하는 그림이 될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마냥 벌어지지는 않을 듯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미국 영향으로 일부 설 수 있는데, 3년 선물 외국인 매수가 엄청났으니 반대매매가 나온다면 커브가 마냥 서기보다는 금리 레벨이 업 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 수급 여력 약화 등을 감안하면 금리 레벨 전반이 한단계 상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딜러는 "한은 (단순매입) 카드는 한계가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이든 글로벌이든 조기 연말 모드에 들어서게 되면 다시 금리를 강하게 드라이브 걸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3년이 1%를 넘어서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으니) 그 때부터는 매도가 잦아들 수 있다. 일단 8월의 금리 상단을 다시 한번 트라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