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런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의 확진 판정 후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확진이 부양책 협상 역학을 바꿔놓았다. 여야가 중간지점을 찾아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심었다.
펠로시는 또 성명을 내고 "항공업계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이 곧 나올 것"이라며 항공사들에 감원을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약화된 것으로 발표된 고용지표 역시 경기부양 필요성을 높였다.
■ 9월 고용지표와 커진 경기부양책 기대
지난 주말 발표된 9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66.1만명(8월 148.9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7.9%(8월 8.4%)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는 80만명대 중반을 예상하던 시장 기대에 미달했으며, 실업률은 8%를 밑돌아 예상보다 양호했다.
실업률은 6개월만에 7%대에 재진입한 것이지만, 전체 고용지표에 우려를 키우는 요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경제활동참여율은 61.4%로 전월에 비해 0.3%p 낮아지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비 0.1% 증가한 29.47달러(전년비 4.7%)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실직 인구 대비 일시적 해고 비중은 지난 달 45.5%에서 36.7%로 낮아졌으나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일시 해고비중은 2019년 평균 13.6%였다.
영구적인 일자리 손실에 따른 미국 노동시장의 모멘텀 상실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을 시급하게 요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들도 나온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두 달간 약 87.9만명의 영구 해고자(8월 53.4만명, 9월 34.5만명)가 발생하면서 전체 실직 인구 대비 영구 해고 비중이 29.8%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나 연구원은 "이 비중은 이미 지난 8월(25.2%)에 2019년 평균치(22.4%)을 넘어 3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5차 경기부양책이 신속하게 단행되지 않는다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과거 2009년 11월 당시 이 수치가 44.7%까지 급증하며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자 QE2, QE3라는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빼들 수 밖에 없었다.
나 연구원은 "미국 노동부의 9월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면서 "미 노동부의 고용통계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5차 경기부양책이 신속하게 집행되어야 할 경제적 명분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고용사정은 개선되고 있지만 모멘텀은 수 개월 전에 비해서는 약화되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취업자수는 전월대비 66.1만 명 증가했고, 7~8월 취업자수 증가분(+14.5만)의 상향 조정을 포함해도 80.6만 명 수준"이라며 "시장 기대인 86.5만 명을 소폭 밑도는 결과"라고 밝혔다.
실업률이 7%대로 낮아졌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개운치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9월 계절조정 실업률이 7.9%로 시장 기대인 8.2%를 밑돌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8월 61.7%→9월 61.4%)하면서 실업률이 하락한 것이기에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취업자의 지위에서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해 수치가 마냥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특히 "영구실직자가 계속 늘어 전체 실업자의 30%에 육박했다. 지난 1994년 이후 역사적 평균은 27.5%"라고 밝혔다.
■ 부양법안..최근까지의 진전된 내용, 경제지표 둔화, 트럼프 확진으로 타결 가능성 높아져
최근 2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9월 20일~26일, 83.7만건)나 9월 ADP 민간고용(74.9만명)은 선전했던 8월 고용지표와 궤를 같이 하는 듯했다.
하지만 9월 고용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는 여건이 강화됐다.
이런 흐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부양책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재무부와 민주당 간에 이견은 계속 좁혀지던 중이었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1.62조 달러, 민주당은 2.2조 달러를 제안해 놓은 상황이다. 이는 최초 양측이 제시했던 규모(행정부 1조, 민주당 3.4조)와 비교하면 갭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미국 정부와 민주당은 가계보조금과 항공업과 같은 취약산업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간 연방 실업급여의 규모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양보가(기존 300달러 → 400달러), 지방 교부금 규모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양보가(기존 9,000억 달러 → 4,360억 달러) 있었다.
고용지표 상 경기모멘텀이 주춤하는 모습, 최근까지 진전된 부양책 관련 입장, 트럼프 대통령의 전염병 감염 등이 부양책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승훈 연구원은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은 부양법안 합의의 조기화 동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미 9월 고용, 8월 개인소득 지표를 통해 회복 모멘텀 약화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코로나 영향을 평가절하해 왔던 일부 정부, 여당 인식 변화가 가시화된다면 수 주 내로 부양법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트럼프 확진..뉴욕주가 급락 뒤 빠르게 반등하고 일드 커브는 스팁
지난 2일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34.09포인트(0.48%) 낮아진 2만7,682.81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장중 430포인트나 밀렸다가 경기부양 기대로 낙폭을 크게 줄인 것이다. 낙폭이 줄어든 데는 경기 부양 기대감이 작용했다.
이날 S&P500지수는 32.36포인트(0.96%) 내린 3,348.44, 나스닥은 251.49포인트(2.22%) 하락한 1만1,075.02를 나타냈다.
주식시장엔 대통령의 전염병 감염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채 시장은 위험자산 도피 심리에도 불구하고 반사익을 챙기지 못했다. 이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일 2.06bp 오른 0.6964%를 기록했다. 국내 추석연휴 기간 동안 3.71bp 올랐다. 국채30년물 금리는 2.83bp 상승한 1.4871%를 기록했으며, 국내 연휴기간 7.19bp 상승했다.
최근 경기부양 기대감 속에 미국의 일드 커브는 스티프닝되는 양상을 이어온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판정이 경기 부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목소리들도 금리 시장 입장에선 부담이다.
■ 대통령 코로나 감염 따라 커진 금융시장 불확실성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한층 바이든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미국 언론들은 두 후보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서 바이든이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도 한다.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그 자체는 리스크 오프 심리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며, 대선과 관련해 불확실성도 키운다.
대선 결과 관련 베팅 시장도 바이든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확진 소식 이후 베팅 시장의 트럼프 재선 확률이 6%p나 하락하는 등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하고 돌아가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1946년생으로 상당히 고령이라는 점 등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물론 모두가 트럼프의 감염을 악재로만 보는 건 아니다. 트럼프의 확진이 대선 캠페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대선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은 시장의 반응과 달리 트럼프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것"이라며 "고난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의 트럼프 내러티브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에서도 인간의 본성인 측은지심이 작동할 수 있는 데다 지지층의 결집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지지층들은 우편투표보다는 현장투표를 선호하므로 지지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리스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은 지지층들이 더욱 단결시켜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누구 이기든...2분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美 대선과 금융시장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선 대부분이 힐러리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기면서 승리를 당연시했던 언론이나 여론조사업체들은 큰 비난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은 이번에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확률을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바이든과 민주당의 승리다. 지금까지 미국의 각종 조사 등을 보면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상하 양원을 민주당이 장악한다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또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으로 벌어져 이번엔 이변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트럼프가 대선결과에 굴북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분위기면 어렵지 않느냐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시장 친화적인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주식시장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 역시 정해진 공식은 아니다.
민주당이 경기부양에 보다 적극적이고 중국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주식시장이 반드시 트럼프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채 시장은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에도 재정정책에 더 반응했다. 채권시장은 현직 대통령 및 백악관 인사들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불확실성에 따른 금리 하락보다는 바이든 우세 가능성에 좀 더 반응하며 재정정책발 국채발행 증가 부담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KB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를 유지하면 주가는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고 금리를 하락하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오를 것"이라며 "반대로 바이든 당선과 민주당의 상원 탈환이 나타나면 주가와 금리가 모두 오르는 가운데 원화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들은 "주식 투자자들은 나쁜 결론보다 심리를 불안으로 몰아넣는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면서 "주가가 이런 리스크를 초기에 선반영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증세 관련 불확실성은 이번 주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 상 확률이 높은 '바이든-민주당' 승리가 실현될 경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고점인 0.9%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국내 주식시장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 가능성과 미국 부양책 협상 타결 기대으로 올랐다.
숀 콘리 주치의 등 의료진은 아시아 시장 개장 전 월터리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이르면 5일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량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깜짝' 감사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