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최근 7월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그룹을 위한 해외진출 키워드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경쟁적인 확장보다 수익률을 높일 실용주의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되새긴 셈이다.
◇ ‘은행같은’ 테크핀의 힘…“앱 만족도 높여야”
일본 대형 금융사들도 ‘잃어버린 20년’동안 해외진출을 돌파구로 삼고 수익률에 보탬 삼았다. 우리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고 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높아지고 저금리로 이자 마진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에게 해외진출은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차이는 있다고 진단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연구해보면 대부분 선진국들은 대형 은행 몇 개가 해외로 나가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다른 모델로 발전하려고 노력했다”며 “우리의 경우 모두 다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꼽았다.
장치산업인 소매금융(리테일)에서 글로벌 은행들은 한 국가에서 성공을 하고 옆에 다른 국가로 넓혀 나간다. 한꺼번에 여러 군데 진출하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금융그룹들은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까지 특히 아세안(ASEAN)에 집중적으로 진출한 경향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갈등이 변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잘 되지 않는 곳은 규모를 줄이고, 잘 되는 곳은 집중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동남아 쪽은 무역의존도, 천연자원과 관광 의존도가 높다”며 “대출에서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도 필요해졌다”고 제시했다.
또 아세안에서는 은행과의 경쟁도 있지만 은행 역할을 하는 ‘테크핀(기술+금융)’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덩치가 큰 테크핀들이 선불 운용으로 이자는 아니지만 할인권 식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낮은 은행계좌 보급률이 가능성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앱(APP) 만족도도 높여야 하고 제휴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CEO급 네트워크가 관건
IB(투자금융)에서는 특히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인맥’이 필수라고 했다. IB는 소매금융에 비해 진입장벽을 뚫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CEO가 관심을 갖고 직접 이너서클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좋은 딜(Deal)에 접근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방법론적으로도 비즈니스 모델 별로 무엇이 유리한 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IB 업무는 본점 자금을 끌어오는 지점이 장점이 있는데 현지법인보다 조달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성장성이 보이는 국가지만 자신이 없다면 지분투자를 해서 이사회에 참가하면서 배우며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 전문가가 장기간 뿌리내리고 네트워크를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은행을 보면 한 국가에 20년씩 있기도 하는데, 그래야 네트워크가 생기고 ‘단골손님’도 있다”며 “예컨대 진출국 유학생을 뽑아 현지에 보내 점포장으로 키우는 방식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