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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사모펀드 5년·취임 3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유선희 기자

ysh@

기사입력 : 2020-07-28 10:30

갈수록 커지는 순손실, 묘수는 '올라인'
임원 급여반납·점포 구조조정 동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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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홈플러스는 손이 여러 번 바뀌었다. 1997년 홈플러스 1호점 개장 당시 대주주는 삼성물산이었다. 1999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와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공동합작해 삼성테스코가 됐다. 2011년 삼성의 지분 매각에 따라 영국계 자본 테스코가 100% 지분을 갖게 되면서 다시 홈플러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5년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테스코의 홈플러스 지분 전부를 인수했다.

사모펀드 체제만 5년째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이되는 유통산업의 격변기에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이 발생하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하는 내외부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악전고투하고 있다. 통상 ‘기업 인수-가치 상승-재매각’ 과정을 통해 마진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실적 악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2017년 10월 홈플러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임일순닫기임일순기사 모아보기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 사진 = 홈플러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 사진 = 홈플러스

◇ 순손실 규모 5000억원, 임일순 사장 묘수는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은 대형마트 업계 2위다. 대형마트 업계가 그렇듯이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 쇼핑몰 성장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쇠퇴영향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홈플러스는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4% 감소했으며 매출도 4.7%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 1327억원에서 5322억원으로 늘어나 창사 이래 가장 큰 당기순손실을 봤다. 예전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은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영향과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를 꼽았지만, 당기순손실 규모 급증 원인은 손상차손 비중이 높아져서다. 실적 부진으로 점포 등 유형자산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시장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자산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현저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에 손상으로 반영한다. 홈플러스의 점포 영업실적이 나빠지면서 향후 예상되는 가치 하락분이 이번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부문장 이상 임원들이 3개월간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홈플러스는 실적 부진으로 2017 회계연도부터 사장 이하 임원들의 급여를 동결하고 있는데, 손실 폭이 커지면서 급여도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오너 기업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임원의 급여 자진 반납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임직원 급여 자진 반납을 알리며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기 속에 2만2000명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임원들과 함께 급여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며 “큰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갖고,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든 홈플러스 식구들의 힘을 한데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홈플러스는 사업전략 다각화로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점포 중심에서 벗어나 온라인에 좀 더 무게를 싣겠다는 것이다. 우선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2018년에도 부천 중동점 등 2개 점포를 매각했으며 안산점 외에도 대구점과 둔산점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기지만, 홈플러스의 장점을 강화한 ‘올라인’(온라인+오프라인) 사업전략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라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2만2000명의 홈플러스 식구들의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사업의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면서도 무기계약직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인력을 그대로 안고 가기로 했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회사와 자회사 소속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및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등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다. 홈플러스는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별도 직군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의 ‘선임’ 직급으로 발령냈다. 그간 무기계약직은 고용 기간의 제한 없이 일했지만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승진이나 복지 등은 제한받아 왔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승진할 길이 열렸다.

이로써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가운데 단기계약직 228명을 제외한 2만2900여명(99%)이 정규직이라고 홈플러스는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비교적 근속기간이 길었던 무기계약직 직원의 합류로 평균 임직원 근속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 임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 111개월, 여성 86개월 정도였다. 실적에 대한 압박이 필연적인 전문 경영인으로써는 쉽지 않은 임일순 사장의 결정이다.

임 사장의 결단은 유통업계에 오래 몸담아온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임 사장은 홈플러스의 사모펀드 체제 초기부터 함께해왔다. 2015년 11월 홈플러스에 재무부문장(CFO)로 합류했고, 사장 선임 직전에는 경영지원부문장(COO)을 맡았다.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과 전반적인 경영을 두루 파악해왔기에 가능한 결정이다. 또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 등에서 CFO를 맡았던 유통업계 경력도 갖고 있다.

◇ ‘올라인’으로 새 판 짜기

올라인은 임일순 사장이 내건 홈플러스의 미래 전략이다. 취임 후 1년 9개월만에 가진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임 사장은 “온·오프라인 넘는 ‘올(all·모든)라인 플레이어’로 뛰겠다”고 했다. 올라인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콜드체인 배송차량도 3배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별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없이, 도심에 위치한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근거리 배송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점포 설계부터 점포 후방의 창고와 물류창고 입·출차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해둔 덕분에, 물류점포 기능 접목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홈플러스는 강조했다.

온라인 배송 주문이 집중되는 지역은 물류 기능이 대폭 강화된 ‘점포 풀필먼트 센터’가 들어선다. 점포 풀필먼트가 마련된 대표적 매장은 인천 계산점으로, 지난해 7월 지하 2층에 7032㎡ 규모의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배송 건수가 하루 1450건으로 7배가량 늘었고, 올해 7월 온라인 매출도 지난해 대비 250%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런 풀필먼트 센터는 오는 2021년까지 안양점, 원천점 등 10개 점포에 들어설 예정이다.

오프라인 점포에도 혁신을 주고 있다. 2018년 6월 선보인 점포 ‘스페셜’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한 1인 가구는 물론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까지 모두 편리하게 이용하게끔 만든 브랜드다. 고성장 중인 창고형 할인점의 구색과 가격을 갖추면서도, 한곳에서 필요한 걸 다 살 수 없거나 용량이 너무 과한 창고형 할인점의 치명적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전국 16개 스페셜 매장을 2021년까지 70~80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객이 즐겨 찾는 상품을 박스 단위로 진열하고 교체 주기를 늘렸으며, 초특가 단기 할인행사를 연중 상시 저가 할인행사로 개편해 진열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매출 부진 점포 중심으로 스페셜을 도입했는데도 스페셜 점포로 전환한 점포는 기준 점포와 매출신장률이 12% 이상 차이가 났다.

◇ '리츠 상장' 쓰라린 실패

2019년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올라인’ 사업 전략을 천명한 해이지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 실패라는 쓰라린 결과를 얻은 해이기도 하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여기에서 창출된 임대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 오프라인 점포들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국내 첫 1조원대 규모의 공모 리츠로 주목받았지만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출구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당시 홈플러스 측은 리츠 상장 공모를 통해 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은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가 4년여 만에 일부 자금을 회수해 차입금을 상환할 기회였다. 리츠 상장이 국내 첫 사례인데다 국내 대형마트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She is…

△1987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1999년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 1998년 코스트코코리아 CFO, 재무부사장 / 2006년 바이더웨이 CFO / 2010년 호주 엑스고그룹 CFO / 2015년 홈플러스 재무부문장 부사장 / 2017년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 수석부사장 / 2017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현)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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