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국고3년, 국고10년 금리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외국인은 5월 들어 이날을 포함해 3영업일 동안 3년 국채선물을 1만 계약, 10년 국채선물을 9천 계약 이상 순매수 중이다.
선물시장 매수 강도는 지난 달보다 세진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 4월 3년 선물을 2만 3천 계약, 10년 선물을 1만 5천 계약 가량 순매수한 뒤 이달 들어 한층 더 적극적으로 선물을 사고 있다.
■ 외인 3월 이후 주식 대량 매도...채권은 대량 매수하며 반대 움직임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현물시장에서 국내 채권을 8천억원 남짓 순매수했으며, 순투자규모는 6,600억원 남짓에 달한다.
외국인은 지난 달의 뜨겁던 한국 채권 매수 분위기를 이 달에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은 4월 중 국내 채권을 10.1조원 남짓 순매수했다. 순투자규모는 8.0조원을 넘었다.
4월의 외국인 매수는 3월보다 훨씬 강해진 것이었다. 외국인은 3월 중 6.6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순투자규모는 2.7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의 순투자 규모는 3월의 3배에 달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채를 4.9조원, 통안채를 2.7조원 순투자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잔고는 111조원 수준이며, 이들이 보유한 채권 듀레이션은 4.7년을 약간 넘는다.
통안채 잔고는 28조원 남짓이며, 듀레이션은 0.6년 수준이다. 외국인의 전체적으로 듀레이션 3.85년 수준의 한국 채권을 143조원 가량 들고 있다.
외국인은 3월부터 현재까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9조원 남짓을 순매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2월 하순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가운데 주식시장에선 대규모 매도에 열중했으나 채권시장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외국인은 3월부터 현재까지 채권시장에서 18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채권 만기상환을 감안한 순투자규모는 11조원을 넘는다.
주식시장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채권시장에선 두드러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월보다 4월 매수 강도가 강해진 뒤 며칠 지나지 않은 5월에도 이 같은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 4월 환율 안정 속 외국인 채권매수 더욱 탄력받아..금리인하 기대도 작용
전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뒤 달러/원 환율이 4월 들어 안정을 찾자 외국인이 채권 매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지난 4월 달러/원 환율은 대략 1,210~1,230원을 축으로 움직였다. 지난 3월 급등세를 보인 뒤 추가 상승세도 한계를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3월 19일 일중 40원 급등해 1,285.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에 따른 3월 중순의 급등기 이후 환율의 일방적 오름세는 제어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금리인하 베팅에 나섰다는 진단이 꽤 나온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외국인의 매수세를 금리인하 베팅으로 이해한다"면서 "미중 관계가 험악해지고 3차 추경안도 제출된다고 하니 5월 금통위 인하 베팅에 더욱 힘을 싣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한국의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들 사이에 여전히 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무튼 환율의 일방적인 고공행진이 막힌 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가 한층 돋보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격 상승 때문이란 농담도 하는데, 외국인은 원화 펀더멘털을 나쁘게 보지 않는 듯하다"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 요인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크게 작용한다. 한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내렸던 부분이 외국인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금리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계속 내렸는데, 한국만 상대적으로 안 내려갔다"면서 "한은의 추가 인하를 기대하면서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자율 스왑시장에선 외국인의 오퍼 우위가 이어졌다. 아울러 크로스 페이와 채권 매수와 같은 재정거래도 꾸준한 편이었다.
C 은행의 한 스왑딜러는 "IRS 시장에서 오퍼가 우위이고 역외에서도 오퍼가 주로 나오긴 하는데, 시장 전반적으로 거래는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거래는 꾸준한 상황"이라며 "외인들은 외은 창구를 통해 1~3년 위주로 재정거래로 추정되는 비드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국고10-3년 스프레드 50bp대 중반 넘어서려다 축소..외인 채권매수로 장 지지
최근 국고10-3년 스프레드는 50bp 하향 돌파에 막히면서 다시 벌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장기구간 금리 낙폭이 두드러지면서 10-3년 스프레드는 다시 50bp대 초반 수준으로 향했다.
국고3년이 0.95%를 하향 돌파하면서 0.94% 근처로 내려갔으며, 국고10년은 1.5%를 뚫고 내려가 1.47%에 근접했다.
그간 금리인하 기대감과 장기물 물량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장단기 스프레드가 50bp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강했다. 다만 최근 스프레드가 벌어진 데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자 예상보다 빠르게 스프레드가 좁혀진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D 증권사 관게자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최근 스프레드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외국인들 매수가 들어오면서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B 운용사 매니저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 금리는 오를 타이밍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국고10년 1.4~1.55% 정도의 박스를 봤는데, 이 분위기면 1.4% 하향 돌파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용사들은 롱이 우세해 보인다. 심증적으로 최근 숏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차트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와 대규모 채권 매수 속에 주식과 채권의 전통적인 상관관계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 사태 경계감이 한창일 때 주식과 채권이 동일한 한국물 취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가격 하락을 경험했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주가가 반등하자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듯했으나, 전통적 상관관계의 복원과는 거리가 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엔 외국인의 매도에도 한국 주식시장이 잘 안 밀렸다. 동시에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현,선물을 모두 사고 있어 주식이 오른다고 채권이 별로 긴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