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국회에 제출하는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가계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내소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투자심리 약화로 설비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과거에 비해 중국의 경제 규모와 글로벌 분업구조를 통한 세계 경제와의 연계성이 확대된 점, 코로나19가 여타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세계교역 감소 및 글로벌 가치사슬 훼손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이전의 감염병 발생 시 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영향은 확산 정도 및 지속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현재로서는 그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우므로 코로나19가 향후 성장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글로벌 무역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금융·경제여건이 글로벌 무역분쟁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의 전개상황을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의 전개상황에 따라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국고채(3년) 금리 및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당폭 상승했다.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는 2월 하순 이후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순매도가 이어졌다.
한은은 “향후 코로나19 전개 양상, 실물경제 흐름 및 주요국 정책 대응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요 가격변수 및 외국인 증권 투자 움직임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계대출은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확대됐다. 가계부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가격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한은은 앞으로 정부 대책 등이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부동산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기대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이동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계속 금융안정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후 연 1.25%로 유지해 운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회의에서 코로나19의 장기화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데다가 취약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더 시급하고 효과성도 크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글로벌 무역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