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험연구원(KIRI) 백영화 연구위원의 '의료자문 관련 규제 강화 시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하거나 결정할 때 의학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다. 그러나 의료자문 결과가 지급할 보험금을 깎아서 주거나 지급 거절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자문을 하는 의사는 보험회사의 의뢰를 받고 자문료를 지급 받기 때문에 객관성・공정성이 완전히 담보되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의료자문 관련 설명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의료 자문 의뢰 사유, 내용과 함께 자문을 의뢰할 때 제공하는 자료의 내역 등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은 2017년부터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아울러 자문의의 실명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의료자문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는 전문적인 자문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백 연구위원은 "보험협회가 의학회와 MOU를 체결하고 민원과 분쟁이 잦은 사안을 중심으로 공동 의료자문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보험협회를 통한 의료자문이라는 점에서 객관성・공정성 시비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감독당국을 통한 의료자문 절차나 보상자문기구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관련 규제 강화 시 정당한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자문은 과잉 진료나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와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7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0억원 늘었다.
백 연구위원은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 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의료자문의 순기능을 인정해 정상적인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