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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이란 사태의 불확실성..낮은 전면전 가능성에도 불안정한 가격변수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1-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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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원 환율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그래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원 환율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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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피살되면서 중동정세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증폭됐다.

현지시간 2일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 하에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공습해 이란의 '영웅'을 제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복수를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은 우리를 공격했고, 우리는 반격했다"며 "그러지 말라는 내 강한 충고에도 그들이 다시 공격한다면 과거에 겪은 것보다 더 센 응징을 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군사장비에 2조달러나 지출했다. 우리 군사장비는 세계 최대이자 최강"이라며 "이란이 미군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그들에게 최신 군사장비를 주저없이 선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 땐 52곳에 반격할 준비돼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52라는 숫자는 이란이 오랫동안 인질로 잡았던 미국인의 수다.

■ 제거된 이란 反美의 상징

이번 사태는 지난 연말 미-이란 대결의 연장선에서 일어났다.

이란군이 작년 12월 27일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가한 뒤 미국은 보복 차원에서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 조직 군사시설을 폭격했다.

이후 친이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습작전을 감행해 이란 군부의 실세이자 반미의 상징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란은 사실상 핵합의에서 탈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이라크 의회는 자국의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요인이 살해된 뒤 미군 철수 가결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공군기지에서 우리가 쓴 수십억 달러를 돌려받지 못하면 미군의 현지 철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또 이라크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면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이라크 의회의 결의는 정부의 선택을 구속하지는 못한다.

이란 입장에선 반미와 국방의 상징을 잃은 만큼 어떤 방식이든 미국에 보복을 가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사력의 차이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양국이 전면전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8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탄핵 표결을 앞두고 이라크를 공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탄핵 절차를 밟고 있다. 아울러 지지층 결집을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 미-이란, 일단 전면전은 어렵다는 분석 많아

이란 정부가 크게 분노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방송됐지만, 당장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분석이다.

우선 세계 최강 미국과 이란의 군사 전력 차이가 워낙 커 이란이 감정적으로만 덤벼들기는 쉽지 않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전력 차를 고려하면 전면전의 현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현실적 대안은 중동 지역 혼란 유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 공군기지와 미국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에 미사일 공격이 이뤄진 사실도 이런 형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면서 "원유 수송 공급로 차단, 사이버 공격 등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란 사태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빠질 때는 저가매수로 대응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군사적, 경제적 부담 큰 만큼 미국과 이란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역시 서방 국가들, 그리고 중동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데다 유가 폭등 사태를 반기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하 연구원은 "이란과 전면적인 군사 충돌은 이란과 같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범(汎)시아파 세력의 결집을 야기한다. 이 경우 미국 대 이란이 아닌 전 중동 지역으로 군사 충돌이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의 부시와 클린턴 정권 모두 이라크 때리기를 했으나,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하고 부시가 실패한 데는 경제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하 연구원은 "트럼프가 연임을 위해선 경제적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 러스트벨트의 표심도 잡아야한다"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게임체인저로 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이에 따라 순환적 경기 반등 및 금융시장 환경 개선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국제유가 오버슈팅 가능성..좀 길게 본다면 구조적 한계도 감안

현실적으로 미-이란 두 나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연초부터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은 맞다.

아울러 미-이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낙관하기는 어렵고 당분간 안전자산선호를 강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당장 유가 상승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많다. 물론 상황의 불확실성은 적지 않다.

우선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 3일 3% 넘게 올라 63달러대에서 마감했다. 이는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 일부 유예를 전면 중단한 지난 5월 이후 최고치였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이란은 분명히 대응에 나설 듯하다. 적어도 한달 이상 강도가 높지 않은 분쟁이 지속하고 분쟁 범위는 이라크에 국한될 것"이라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를 유지하겠지만, 분쟁이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로 확산되거나 상업선박을 겨냥한 이란 공격이 심화하면 80달러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아세이 애버딘스탠더드투자 투자책임자는 "미-이란 갈등이 고조하지 않는다면 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하지만 현재 긴장 수위가 꽤 높은 만큼 원유시장은 한동안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유가가 일시 급등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인 상승엔 한계도 있다는 진단들도 엿보인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시적 오버슈팅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WTI 가격 상방은 60달러 후반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란발 원유 생산 감소가 나타나더라도 미국의 증산 또는 재고 방출로 세계 원유 실수급에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댈러스 연은 총재또한 미국의 원유 시장 점유율이 커진만큼 이란 사태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 금융시장 가격변수, 안전자산선호에 얼마나 기댈 수 있을까

미-이란 대립이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내 코스피지수가 장중 2,150선을 밑돌기도 한 가운데 위험자산 회피 무드가 진행 중이다.

국고3년물 금리는 1.2%대로 내려와 기준금리보다 약간 높은 상태이며, 장기구간 위주로 금리가 빠져 수익률 곡선은 평평해졌다. 올해 한층 늘어난 국고채 발행물량에도 불구하고 3년 만기 국채 입찰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3일째 상승하면서 1,170원선에 근접했다. 3일 급등 후 오름폭이 제한적이지만, 위험회피 무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이란 양국이 보복을 거론하는 등 거친 발언을 주고 받고 있어 확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현재의 분위기가 언제 전환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KB증권의 연구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세계 원유 수송량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란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는 10% 상승할 수 있다"면서 "당분간 유가 강세를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들은 또 "주가는 고점 대비 5% 내외의 단기 조정이 가능해 보인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에 봉합되지 않으면 국고3년물 금리는 전저점인 1.21%를 하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이란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든 전개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급하게 가격 되돌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점도 엿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이란 사태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고 두 나라가 한 번 붙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전면전이 어렵다고 본다면 지금 상황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국고3년과 콜 금리 레벨이 거의 같아졌다"면서 "연초 매수 우위의 수급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은 대외 요인에 의해 모두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레벨까지 금리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투신권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 입장에선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지표상으로 크게 나쁜 게 없다. OECD 선행지수가 29개월만에 반등해 기대감이 큰 데다 수출과 기업이익도 반등할 타이밍"이라며 "문제는 미-이란 사태의 진로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며, 글로벌 주가가 무너지면 우리 역시 답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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