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수출 개선, 특히 반도체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점이 강하다.
올해 들어서 나온 수출 관련 데이터들은 어두웠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엔 과연 좋아질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부딪힌다.
월초 수출 데이타와 함께 나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치도 국내 경기의 미약한 수요 압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처럼 물가 상승률 역시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인식 역시 강한 편이다.
■ 11월 수출도 부진..일평균 수출 감소율은 최근 축소
지난달 수출은 14.3% 감소한 441.0억달러, 수입은 13.0% 줄어든 407.3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수출 흐름을 발펴보면 증가율의 마이너스 폭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일은 2019년 한국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조였다.
이후 수출은 올해 1월 6.2% 감소한 뒤 2월엔 11.3%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4월엔 2.1%로 감소폭이 줄어드나 했지만, 6월엔 13.8%로 다시 감소폭이 커졌다.
특히 6월 이후 11월까지는 6개월 연속 수출 감소율은 두 자리수에 달했다.
2018년 12월 수출이 1.7% 감소한 뒤 2019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으며, 이후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번번히 좌절돼 왔던 것이다.
다만 최근엔 일평균 수출의 하락율 축소 등 수출 하락 강도의 완화 조짐 등이 내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측면도 있다.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9월 -16.0%를 기록한 뒤 10월 -14.8%, 11월 -12.5%를 기록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 수출, 워낙 안 좋았던 2019년..때문에 더욱 커진 2020년에 대한 기대
올해 수출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내년엔 수출 플러스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관점은 강한 편이다.
정부도 일단은 나아질 것으로 본다. 우선적으로 올해 너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등이 작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을 저점으로 감소세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선박・자동차・석유제품 등은 수급 개선,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 기술적 반등효과 등이 어우러져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초과공급이 해소될 것이란 관점도 강하다.
IT분야의 공신력을 확보한 유명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낸드의 경우 올해 4분기, D램의 경우 내년 2분기에 초과 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다소간 나아지는 모습이 나타난 가운데 단가가 회복되면 한국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11월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자동차 수출은 감소했으나 물량은 모두 늘었다. 총 20개 품목 중 14개 품목이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품목에서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 소비자물가 0.5% 넘기 어려운 2019년..내년 반등 포텐셜은
11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비로 큰 폭 하락하고 전년비로는 소폭 상승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하락하고 전년동월대비 0.2% 상승했다.
지난 8~10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0.4%~0%였으나 11월엔 약간 오른 것이다.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저물가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근원 물가 오름세도 제한적이었다.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은 강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비 0.6%,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수치들은 10월(0.8%, 0.6%) 수준을 밑돈다.
하지만 수출 경기처럼 내년엔 물가 오름세도 보다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강한 편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지만, 내년엔 1.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최근 수년간 정부는 낮은 물가를 '물가 안정'이라고 표현했으나, 최근엔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 만큼 당국도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측 요인과 정책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기저효과 등 특이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0% 중반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 수출과 물가 데이터를 통해 보는 한국경제..희망 찾기인가 희망 고문인가
올해 들어 매달 초에 발표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수출과 물가 상승률은 한국 경제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다는 점을 알려줬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너무 부진했기에' 내년엔 나아질 것이란 점 등을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아울러 또렷하진 않지만 반등 시그널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수출도 부진했다. 전년 대비 -14.3%로 여섯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고 12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OECD 경기선행지수의 전월 대비 차가 곧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희소식도 있다"면서 "이 지표는 한국 수출 증가율에 2~3개 분기 선행한다"고 밝혔다.
대외 상황이 더 나빠지기는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수출 경기도 조만간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수출 경기가 서서히 고개를 들 것이란 예상들도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표는 민간소비와 주택판매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유로존 혹은 독일과 한국은 각각 제조업과 수출의 순환적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 수출과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아지더라도 기저효과에 의해 약간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한국 경제 상황 개선을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지난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지만, 여타 기관 대비 긍정적인 편이었다"면서 "이는 미중 갈등 및 반도체 업황의 회복을 전제로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미중 협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G2 국가의 성장률 둔화를 감안할 때 2.3% 성장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G2 경제 둔화 속에 한국 수출이 반등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한은도 내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로 예상했듯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이 매우 낮은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은은 올해 7월 전망 당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으나 지난주 11월 전망에선 이를 50bp나 낮췄다.
이러다 보니 내년 성장률, 물가 수치가 올해보다는 나아지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내년 수출이 약간 반등하고 물가도 더 악화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 뿐"이라며 올해 보다 나아질 수 있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일각의 예상처럼 내년 반도체 산업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인지 자신하기 어렵다. 수출 역시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