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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시장, 외인·기관 놀이터 여전…당국은 “폐지보단 개선”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0-07 18:30

공매도 시장, 외인·기관 놀이터 여전…당국은 “폐지보단 개선”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올해 3분기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1%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접근성 확대 정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식 시장(코스피+코스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7조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은 2800억원 그쳤다.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1.03%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62.03%에 달했고 기관투자자도 36.94%를 차지했다.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0.33%에서 2분기 0.78%, 3분기 1.19%, 4분기 1.20%, 올해 1분기 1.32%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분기 0.95%로 뒷걸음치더니 3분기에는 1%를 겨우 넘긴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국내 공매도 시장은 정보와 자금, 신용 등에서 앞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해당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다시 주식을 매수해 빌렸던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 폭락 국면에선 투기 수요까지 가세한 공매도가 실제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 주가 낙폭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예탁결제원의 주식 대차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다른 기관의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외국인이나 기관과는 달리 개인은 물량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공매도 투자를 활용하기 힘들어 형평성 문제도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4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에 따른 ‘유령주식’ 사태 이후 공매도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 다음 달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증권금융의 대주 종목 선정기준이 완화됐다.

증권금융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 주식을 차입한 뒤 증권사를 통해 다른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용으로 빌려준다. 당시 규정개정을 통해 최소 동의 계좌 수를 100에서 70개로 줄였다. 올해 4월부터는 기관투자자로부터 차입한 주식을 대주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신용도나 상환 능력이 뒤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이용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점도 공매도 시장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101건 중 94건은 외국계 투자회사에 의한 사건이었다.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무차입 공매도로 지난해 11월 과태료 75억원을 부과받았다. 올해 4월에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 자회사 골드만삭스인디아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금융회사 4곳이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직전 체결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장치인 업틱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욱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업틱룰 예외 거래대금(유가증권시장+코스닥)은 지난달 말 기준 15조21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20.3% 수준이다.

업틱룰 예외 거래대금은 2014년 2조 6138억원에서 2015년 5조4830억원, 2016년 7조7919억원, 2017년 11조888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작년에는 19조 4625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업틱룰은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다만 현물과 선물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원활한 균형 가격 발견을 위한 차익거래 등에는 업틱룰 적용이 배제된다. 시장조성자(LP)의 헤지(위험회피)거래나 시장조성 호가 등도 예외다.

이에 차익거래 등의 경우 업틱룰이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특정 종목을 대량으로 공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장 조성자 측면에서 업틱룰 예외조항을 뒀지만 시장 조성자가 아니라 공매도의 주범이 되면 주객이 전도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 안정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최근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공매도는 주식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개별 종목의 적정가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며 그러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지적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은 공매도 폐지에는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 폐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시장 상황,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적 신인도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때 폐지보다는 제재 강화 등 제도개선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징역·벌금 등의 형벌 부과와 부당이득의 1.5배까지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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