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체질개선 과정에서 수입보험료 규모가 줄어들었고, 여름철을 덮친 역대급 폭염으로 손해율이 크게 오르면서 지급보험금 규모는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보험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데다, ‘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적된 보험업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조차 어둡기만 하다는 점이다.
보험사 CEO 및 보험 유관기관장들은 올해를 ‘진정한 위기의 시작’이라고 보고,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직접 위기관리 T/F를 발족해 운영하기 시작한 보험사들이 있는가 하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회사들도 많은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회사들은 전년대비 쪼그라든 실적을 이유로 임직원 성과급을 축소하기도 했다. 2월 중순 현재 대부분의 회사들은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마쳤지만, 아직 현대해상을 비롯한 일부 보험사들은 노조와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해상 노조는 사측의 성과급 개편에 반발하며 오는 18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성과급 최소 지급 기준을 당기순이익 2,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500억 원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매출과 자산·당기순이익 등이 대폭 증가했지만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은 2012년에 머물러 있어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KB손해보험 역시 임단협이 장기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노사는 오는 19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교섭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희망퇴직 시행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IFRS17 대비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 카드를 검토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노조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 “임단협 장기화되면 결국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어... 노조 출구전략 잘 세워야”
이처럼 임단협이 장기화되면서 최악의 경우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든다고 해도 결국 유리한 것은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 등을 이유로 총파업에 나섰을 때도 국민들은 ‘귀족 노조’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한편,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금융의 보급으로 인해 총파업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계 역시 보험대리점(GA)을 통한 보험가입이 늘고, 각종 전용 어플리케이션이나 보험 플랫폼 등이 보급됨에 따라 전통적인 영업점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사측에 줄 수 있는 ‘타격’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업권은 다른 업권에 비해 기본적인 임금이 높은 편에 속한다”며, “현재까지도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들도 이를 인지하고 적당한 선에서 출구전략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