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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브렉시트

장태민

기사입력 : 2018-12-11 14:24 최종수정 : 2018-12-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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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교보증권, 브렉시트 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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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영국의 브렉시트 의회 비준 투표 일정이 연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브렉시트 초안에 대한 영국 의회 비준 투표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메이 영국 총리는 10일 하원 연설에서 "아일랜드 국경 관련 백스톱(안전장치) 우려가 여전하다"면서 다음날로 예정됐던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EU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백스톱 관련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면서 이런 입장을 전했다.

백스톱은 EU와 영국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결렬 시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기도록 한 것을 말한다.

12월 3일 영국 정부는 법률 검토를 통해 안전장치를 영국이나 EU가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영국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대파들은 영국이 안전장치에 무기한 갇혀 EU 관세동맹에 머무르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U의 동의를 얻지 못해 영국이 안전장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경우 영국은 관세동맹에 머무르게 된다. 문제는 관세동맹에 머무르는 한 제3자와 독자적인 무역 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점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주 13~14일 EU 정상회의에서 당초 합의한 안전장치에 대한 변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EU 측은 추가 협상은 없다고 강경 자세를 보인 바 있다. 도널드 터스크 EU 의장이 브렉시트 관련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나 재협상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EU측이 재협상에 대한 모든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터스크 의장은 영국의 표결연기와 관련해 "안전장치를 포함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재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영국의 비준을 용이하게 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언급을 했다.

영국 내의 야당 의원들은 총리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나 일단 EU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 英 총리, 표결 자신 없자 연기..표 대결 세력 구도는

자료=교보증권, 영국 의회 세력구도와 의회의 브렉시트 결정 경로

자료=교보증권, 영국 의회 세력구도와 의회의 브렉시트 결정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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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EU 정상회담에서 영국 메이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담고 있는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 선언'에 서명했다. 영국이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는 것으로 했다. 다만 2020년 말까지 21개월 간 전환기간을 가지며 EU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는 반면 현행 EU 제도와 규정은 준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예상되자 메이 총리는 표결을 연기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표결권을 보유한 하원 639명 의원 중 과반인 320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표결 시 반대표가 400표를 넘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등 표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과 여당인 보수당 내 일부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 총 의석은 650석이지만 하원의장과 3명의 부의장, 신페인당은 투표를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639명만 투표한다. 현재 보수당 316명, 노동당 258명, 스코틀랜드국민당 35석, DUP 10명, 자유민주당 12명, 기타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협상 초안 승인을 위해선 투표인원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보수당이 가장 큰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DUP 등이 반대해왔다. 반대하는 당의 의석만 전부 더해도 과반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 의원이 50명 정도로 알려져 사실상 통과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 달 14일 합의안과 관련한 내각결정을 만장일치(unanimous)가 아닌 공동결정(collective)으로 표현해야 했다.

■ 영국과 EU가 합의한 내용은

영국과 EU가 합의한 내용은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전환기간 연장, 미래 관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경우 아일랜드 내 국경 회피를 위한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가 한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기로 했다. 즉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을 회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과 북아일랜드간 관세, 쿼터, 원산지 규정 검사는 회피되지만 추후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 규율 일부를 추가적으로 적용받을 경우 이동하는 상품들의 EU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아일랜드의 단일시장 규정 적용시 VAT, 특별소비세, 상품규정, 정부보조금 등과 관련된 EU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환기간 문제는 영국이 원한다면 전환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전환기간은 기존 합의대로 2020년 12월에 종료된다. 전환기간 연장은 2020년 7월 1일 이전에 요청해야 유효하다.

미래관계에서 대해선 무역과 경제협력, 외교, 안보 등에 야심차고(ambitious), 광범위하며(broad), 깊이 있고(deep), 유연한(flexible) 파트너십을 표방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자유무역지역을 포함해 무역 외 다른 부분에도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금융서비스와 관련해선 EU가 영국의 금융 관련 규제가 EU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판단하면 동등성의 원칙에 따라 영국 금융기업의 인허가 및 보고 절차를 면제하게 된다. 중재 절차와 최소 20일 이상의 통지 기간 제시 없이는 시장접근 거부가 불가하다.

공동어로수역 관련 내용은 2020년 7월까지 합의하기로 했다. 지브롤터 관련 논의는 스페인과 영국 양자간 협상을 통해야 하며, 영국-EU간 합의가 스페인의 동의 없이는 지브롤터에 적용될 수 없음을 EU와 영국이 회담 직전 스페인에게 보장하는 내용이다.

■ 불확실성, 재협상이 관건

메이 총리는 11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아일랜드 국경문제와 관련한 안전장치에 대해 EU와 재협상하겠다고 했다.

영국 의회의 다수는 사실상 이대로는 하원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메이 총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긴 셈이다. 유럽 사법재판소가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결한 것 역시 반대파에 힘을 실어준 측면이 있다. 아무튼 일단 국경문제 처리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관심이다.

NH투자증권의 박민수 연구원은 "안전장치를 납득시킬만한 출구조항을 얻어낸다면 영국 의회의 비준을 통해 브렉시트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내각 불신임 및 조기총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제 2 국민투표 요구가 높아지는 등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3월 29일까지 내부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브렉시트 협상을 연기하지도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여전히 메이 총리가 재협상 이후 의회의 비준을 이끌어내는 시나리오로 판단된다"면서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도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임을 감안하면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는 낮다"고 풀이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들도 남아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EU 정상회의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노딜' 가능성이 부각되거나 총리 교체 후 제2국민투표로 가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관련 안 부결 시 1) 메이 총리 주도의 재투표, 2) 새로운 브렉시트 안 표결, 3) 메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 4) 브렉시트 안 철회 등 네 가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면서 "다만 관례상 메이 총리 주도의 재투표, 혹은 새로운 브렉시트 안 표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 총리의 사임 여지가 있으며 의회의 내각불신임 결정 시 초기 재총선이 실시돼 정국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EU는 영국의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준비하고 있으나 영국 내부적인 의견결정이 전개되지 않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브렉시트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자료=교보증권, 향후 브렉시트 표결 흐름도

자료=교보증권, 향후 브렉시트 표결 흐름도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이슈의 불확실성에 계속 노출될 수 있다. 영국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20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당분간 변동성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협의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며 메이 총리 역시 이를 우려해 표결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후 표결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어 관련 불확실성이 파운드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33% 가량 급락한 1.256달러를 기록했다. 상황 전개에 따라 파운드화 가치 추가 하락 가능성 등도 고려되는 가운데 이 경우 위험통화인 원화 가치도 하락압력을 받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달러/원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영국의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고려되면서 영국 길트채는 7.07bp 속락한 1.0581%로 내려갔다. 이는 2017년 9월 11월(1.04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부정적인 요인이며, 안전선호를 보다 강화시킬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한 동안 크게 우려했던 노딜 쪽보다 어떻든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데 기대를 거는 모습도 보인다.

장기투자기관의 한 주식매니저는 "노딜 가능성이 높았는데, 어떻든 합의를 이끌어 내 가는 모습이 기대보다는 잘 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면서 "다만 여전히 예측이 어렵다. 이 정치적 변수에 대해선 누구든 자신있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채권매니저는 "금리가 이미 빠질 만큼 빠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간 채권시장이 강했다"면서 "최근 미국 금리 급락에 브렉시트 등 유럽 쪽 불확실성도 상당하니 레벨 부담에도 불구하고 잘 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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