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고 코스닥이 5% 넘게 폭락하는 등 주식 패닉이 채권을 지지했다. 무엇보다 이주열닫기

시장은 마치 11월 금리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마치 금리를 인하한 날과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3년 국채선물(KBFA020)은 전일대비 30틱 급등한 108.96, 10년 선물(KXFA020)은 93틱 뛴 125.30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3년 선물을 2031계약, 10년 선물은 111틱 순매수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 사람들이 이주열 총재를 줏대 없는 사람으로 봤다. 그렇게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더니 국감에서 경기부진을 얘기하자 꼬리를 내렸다. 시장은 금리 동결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른 딜러는 "한은 총재가 신중하다 보니, 말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금리를 동결하면서 후행적 통화정책만 펼쳐온 한은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1.1p(1.53%) 급락한 1996.05를 기록해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2000선이라는 빅 피겨가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은 냉각됐다.
코스닥은 패닉 상황이었다. 코스닥지수는 33.37p(5.03%) 폭락한 629.70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1607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104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를 계속 패면서 상처입은 개인이 내던진 코스닥을 사 모은 것이다.
달러/원은 0.5원 하락한 1141.4원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1141.9원으로 올라선 뒤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코스콤 CHECK(3220)를 보면 국고3년 최종호가수익률은 7.4bp 하락한 1.894%, 국고5년은 8.2bp 떨어진 1.997%를 기록했다. 국고10년은 7.7bp 급락한 2.171%를 나타냈다.
■ 주가 폭락+한은 총배 도비시한 태도..채권 랠리
29일 서울 채권시장은 전일보다 4틱 오른 108.70, 10년 선물은 18틱 상승한 124.55로 거래를 시작한 뒤 오름폭을 줄였다.
개장 직후 주가지수가 반등을 시도하면서 채권시장은 약간 밀리는 분위기였다.
미국채 금리가 3.1% 아래로 내려갔지만, 뉴욕 주가 상황을 미리 반영했던 국내 주가지수가 반등을 시도하면서 눈치를 봤다.
지난 금요일 국내 주가지수는 목요일 미국장 마감 뒤 나온 뒤 주요 기술 기업의 실적을 확인하면서 미리 급락한 바 있다. 이후 뉴욕 주가가 금요일 급락한 가운데 이를 선제 반영한 국내 주식시장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 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금요일 뉴욕 주식시장은 예상대로 급락했다. 목요일 장 마감 발표된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실적 부진 때문이었다. 다우지수는 296.24포인트(1.19%) 떨어진 2만4688.31 S&P500은 46.88p(1.73%) 낮아진 2658.69, 나스닥은 151.12p(2.06%) 내린 7167.21을 나타냈다.
주가 하락 영향으로 미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3bp 하락한 3.0779%, 국채30년물은 3.25bp 내린 3.3126%를 기록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3.1%를 밑돈 것은 10월 2일(3.0644%) 이후 처음이었다.
장 초반 국내 코스피지수는 2040선 근처로 오르면서 반등을 시도했다. 주식 반등을 보면서 최근의 강세분을 약간 되돌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도 초반 선물을 매수하면서 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주식투자 심리가 워낙 나빠져 있는 데다 중국 주식시장 상황을 봐야 했다.
시간은 채권의 편이었다. 중국 주식시장이 비틀거리면서 국내 주가지수는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으며,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비쳤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시 실물 경기를 다 감안해서 결정한다.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여겨졌던 11월 인상 가능성에 흠집을 냈다.
이날 기재위 종합 국감은 '경기 부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 총재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금리를 한번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그간 여러차례 사용했던 '금융불균형'이란 단어를 언급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가 폭락 속에 경기 비관론이 강화된 터여서 총재의 답변도 도비시할 수밖에 없었다.
김동연 부총리는 경기 불확실성이 좀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장 막판까지 시장은 강해지면서 마치 예상 밖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날을 맞이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 총재가 태도를 바꾼 것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면서 "주식도 폭락을 해서 11월을 포함해 한 동안 금리가 동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