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기업 실적 부진과 주택지표 악화로 대폭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608.01포인트(2.41%) 급락한 2만4583.42, S&P500은 84.59p(3.09%) 떨어진 2656.10에 거래됐다. 다우와 S&P500지수는 올해 상승폭을 모두 토해냈다.
나스닥은 329.14p(4.43%) 폭락한 7108.40을 나타냈다. 일일 기준 낙폭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였다. 나스닥이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주식시장은 이른 겨울을 맞이해야 했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6%나 폭락하면서 시장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러다보니 변동성 지수인 VIX는 16% 뛴 24.02까지 올랐다.
미국의 주요기업인 A&T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실적 악재로 커뮤니케이션서비스 및 반도체업종 등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주택지표까지 우려를 자아냈다.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2년 만에 최소를 기록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 상무부가 집계한 9월 신규주택 판매는 연율 55만3000호로, 전월대비 5.5% 감소했다. 이는 1.4% 줄어든 62만5000호를 예상하던 전망과 어긋난 것이다. 8월 수치도 62만9000호에서 58만5000호로 하향 수정됐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국채시장은 랠리를 벌였다. 안전자산선호와 미국 경기 둔화 기대로 10년 금리가 3.1%선까지 내려왔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6.78bp 하락한 3.1012%, 국채30년물은 3.75bp 떨어진 3.3316%를 기록했다. 국채5년물은 6.87bp 내린 2.9433%, 국채2년물은 4.01bp 빠진 2.8390%를 나타냈다.
다만 시장 강세 분위기 속에서도 5년물 입찰 수요는 부진한 편이었다. 이날 390억달러 규모로 실시된 5년 입찰에서 응찰률은 230%로 지난달 입찰 때의 239%나 평균보다 약했다. 낙찰 금리는 2.977%로 예상보다 높았으며,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응찰자들이 59%를 받아갔다.
하지만 연준 쪽에선 금리인상 지속 필요성을 언급하는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닫기

로버트 카플란 달라스 연방은행 총재는 "두 차례 이상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하며, 성장억제를 위한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 전에 세 차례는 더 올려야 할 듯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립금리 추정치에 도달했을 때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는 미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주택지표가 부진했지만 제조업 지표는 양호했다. 마킷이 집계한 10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오른 55.9를 기록했다. 이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55.5)를 웃도는 것이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의 새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고 3주 안에 새로운 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지오반니 트리아 장관은 "내년 예산안은 적절한 수준이다. 수정안을 제출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여전히 이래저래 안전자산선호를 자극할 재료들이 많은 것이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루 만에 0.5% 반등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96.41로 전장보다 0.47% 상승했다. 장중 96.438로까지 올라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10월 들어 외국인 자본 이탈 속에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가 급락, 글로벌 달러 강세 무드 등으로 위험자산의 분위기가 스산하다.
국내 주식시장은 대외 악재에다 제약/바이오주에 불어닥친 한파 등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여기에 나스닥이 7년래 최대로 하락하는 등 폭풍우는 다시 거세졌다.
전날 국내 채권시장은 하루 종일 주가지수에 연동된 움직임을 보이다가 장 후반 급등락을 나타냈다.
최근 채권시장은 주식 급락에 따른 반사익을 챙기면서도 11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큰 흥분은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한 주가급락에 따른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아직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경기 비관론은 상당히 강하다. 이날 한국은행이 3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하는 가운데 3분기 성장률은 2분기(0.6%)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추석연휴 효과로 1.4%로 점프한 뒤 4분기엔 그 여파로 0.2% 감소했다. 그런 뒤 올해 1분기엔 다시 1.0% 올랐으나 2분기부터는 레벨이 한 단계 낮아졌다.
한은이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국고채 단순매입도 채권시장엔 우호적인 재료다. 단순매입 대상종목은 국고8-2호, 17-3호, 16-3호, 15-2호, 13-6호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국고3년 금리는 전일 2.007%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주가 급락 여파로 다시 1%대에 진입한 뒤 레벨 부담을 나타냈다.
하지만 뉴욕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면서 기술적 반등마저 여의치 않은 모습을 보인 국내 주식시장에 긴장감이 완연하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단 하루만 국내주식을 순매수했을 뿐이다.
이 달이 끝나지 않았지만 외국인은 10월 들어 4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한 상태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 모두에서 외국인 동향도 계속해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