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한국은행 국감은 2014~2015년 금리 인하 당시의 정치권의 개입 여부에 맞춰졌다. 이른바 '안종범 수첩' 등에서 당시 정부가 금리인하를 기획한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는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지속했다.
이 총재는 "완화정도의 조정 필요성이란 언급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여건이 괜찮으면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베이비 스텝으로 계속 갈지(계속 올릴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작년에 발표한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2.8~2.9%)보다 낮은 2.7%로 제시했지만 한은은 잠재수준의 성장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세계경제 호조에 바탕해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지만, "경기가 하락국면에 진입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권 압력에 의한 금리인하가 서울 부동산 급등의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통위의 독립성을 문제 삼았으나 이 총재는 당시의 금리인하는 경기 악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2016년 선임된 금통위원들의 '정치적 끈'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10월이냐, 11월이냐가 주목을 받았던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은 11월 금리 인상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일단 '특별한 일만 없으면' 다음달 말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 인상에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전망처럼 내년에도 경기가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금리가 더 인상될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커 추가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많다. 한은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은 1.7%로 0.2%p 낮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11월 금리인상 이후 추가인상이 사실상 쉽지 않다면서 금리가 오르면 매수할 때라는 조언과 최근 시장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레벨 메리트가 줄어든 데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어 계속해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게 낫다는 관점이 맞서고 있다.
최종호가수익률을 보면 국고3년 금리는 지난 10월 18일 1.9%대로 내려왔다. 이는 9월 19일 이후 약 한 달만에 1%대에 재진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22일 2.009%로 오르면서 1%대에 대한 레벨 부담도 나타내고 있다.
국내경기가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기 만만치 않지만,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 경계감도 늦추기 쉽지 않은 상태다.
미국채 금리는 3.2%를 앞두고 제한적으로 등락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 최근 3.2% 위에서 저가매수를 확인한 뒤 지금은 3.2%에 바짝 붙어 숨을 고르고 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국채10년물 수익률은 0.19bp 오른 3.1964%, 국채30년물 금리는 1.15bp 상승한 3.3888%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보합인 2.9082%, 국채5년물은 0.87bp 상승한 3.0515%를 나타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최근 주가지수가 주춤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크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주 총 1080억달러 규모 국채 입찰을 실시한다. 23일 380억달러 2년물, 24일 390억달러 5년물, 25일 310억달러 7년물 입찰이 예정돼 있다.
유럽 쪽에선 이탈리아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국채10년물 수익률은 19일 9.65bp 하락한 데 이어 22일엔 10.2bp 급락했다. 10년물 금리는 3.4743%로 내려갔다. 17~18일 20bp 남짓 급등한 뒤 이틀간 비슷한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디스가 19일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 즉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으로 낮췄으나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으며, 악재 반영 인식이 강화돼 이탈리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126.93p(0.50%) 내린 2만5317.41, S&P500지수는 11.90p(0.43%) 떨어진 2755.88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19.60p(0.26%) 오른 7468.63을 나타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