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금요일 열린 기자단과의 워크샵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해 나간다는 판단이 서면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는지 여부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따라 금리를 유지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볼 때 잠재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판단이 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전망치의 조정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고 전망을 하고 나서 그 수정전망을 한 흐름,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종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는지, 아니면 대체로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총재는 "2분기 GDP성장률이 7월 전망 때 보다 실적치가 조금 나빠졌다. 실물지표를 감안해보면 10월달 전망치가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지만, 경기의 기조적 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조정여부나 시기는 경제전망,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의 정도,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금리정상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미 금리차 문제에 대해선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선 금리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 그리고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 상황 등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한미금리차가 확대될수록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당장 이달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가운데 미국 금리는 계속 뛰면서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 후유증이 남아 있는 가운데 다른 연준 인사들도 그 발언에 힘을 보탰다.
미국채 금리는 7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고용지표 상의 취업자 증가자수가 예상을 밑돌았지만, 실업률이 낮아지고 임금상승세도 꾸준해 금리 상승을 지지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4.48bp 오른 3.2296%를 기록했다. 국채30년물 금리는 5.79bp 상승한 3.4044%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1.69bp 오른 2.8809%, 국채5년물은 1.75bp 상승한 3.0676%에 자리했다.
2*10년 스프레드가 35bp에 근접한 수준으로 벌어지는 등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됐다. 아울러 지난주 주간 금리가 올해 2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르는 등 금리가 크게 올랐다. 미국 금리가 3%에 안착한 뒤 한층 더 상승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대략 4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3.7%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임금상승 속도는 전월과 동일했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임금은 8센트(0.3%) 오른 27.24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 일자리 증가세는 전월대비 크게 둔화했다.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13만4000명 증가해 예상치 18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이전 두 달 기록이 8만7000명이나 상향 수정됐다.
고용지표 상의 취업자수가 예상에 못 미쳤지만, 이전 수치가 크게 개선된 데다 실업률이 더 떨어지고, 임금상승세가 견조해 금리 상승세를 뒷받침한 것이다.
미국의 8월 무역수지 적자는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무부는 8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6.4% 증가한 532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535억달러보다는 적다. 대 중국 상품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4.7% 증가한 386억달러를 나타냈다.
연준에선 매파적인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까지 가려면 많이 남았다는 입장을 보인 뒤 뉴욕 연방은행 총재까지 이런 발언을 거들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사람들이 중립이라 여기는 금리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좀 더 갈 길이 남았다"면서 "기준금리가 여전히 경기부양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고용 증가와 경기모멘텀은 강력한 반면 인플레이션 조짐은 매우 적다. 이런 상황에서는 점진적 금리인상이 적절한 경로"라고 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중립 수준을 향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올해 들어 미 경제가 얼마나 강건한지 감안하면 내가 총수요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경기과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기존에 생각해온 수준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채권시장은 한미 통화당국 수장들의 매파적인 스탠스 등으로 경계감을 늦추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고3년 금리가 지난 9월 21일 2%를 넘어선 뒤 잠시 2%선으로 반락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2.08%를 넘어섰다.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오름세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지만, 현재는 대내외 상황이 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어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