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화생명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 3곳에 신용등급 예비평가(pre-rating)를 의뢰했던 바 있다. 그 결과 한화생명은 주요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과 동일한 A1 등급을 받아 높은 신용등급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역시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능력에 최고 등급인 ‘AAA’를, 등급 전망에도 ‘안정적(Stable)’을 책정해 회사의 안정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우수한 예비평가 결과에 따라 지속적인 자본확충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한화생명 이사회에서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안을 놓고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한화생명 측은 "아직 이사회 안건은 정확히 정해진 바가 없으며, 자본확충 방식이나 규모 역시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이 발행하게 될 해외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지만, 우선주·보통주처럼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을 계산할 때 가용자본이 늘어나 재무건전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생보업계 빅3에 속하는 한화생명이 이처럼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들이 일찍부터 판매했던 ‘확정형 고금리 상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6% 이상의 금리를 확정한 상품 비중이 전체 상품의 30%에 달할 정도로 높아, 현재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부채를 계산해야 하는 IFRS17 하에서는 자본확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화생명이 집중적으로 판매하던 저축성보험 상품 역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화생명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해 4월 발빠르게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당시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최초로 ‘공모발행’을 시행해 대규모 자본확충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2016년 말 198% 수준이던 지급여력비율을 22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13% 수준으로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IFRS17 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한 발 먼저 위험에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데다, 금융 시장은 변동성이 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상황이 안정적일 때 빠르게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