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312호 중법정에서 진행한다. 지난 9월 28일 첫 준비기일이 열린 지 3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에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지만 출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 1심 재판에서도 3차례나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거부한 바 있으며, 현재 자신의 재판도 불출석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원심(1심)에서 특검이 공소 제기한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 △재산국외도피 △국회위증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또는 일부 무죄)로 인정,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삼성은 “모두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특검은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며 삼성의 주장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특검은 지난 22일 결심공판을 일주일 남겨두고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1심을 포함, 총 네 번째 공소장 변경이다.
수차례에 걸친 수정 작업을 거쳐 특검이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당초 알려진 세 차례 외 한 차례 더 있었다는 것과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해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결심 공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 여부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 △미르·K재단 출연 등에 관한 것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0차 독대’ 주장…신빙성 논란
특검 측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알려진 바와 같이 세 차례 독대한 것에 앞서 한차례 더 독대가 이뤄진 것으로 내다봤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횟수가 당초 3번이 아닌 4번에 걸쳐 이뤄졌다는 이른바 ‘0차 독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0차 독대설은 이번에 새롭게 나온 내용이 아니다. 앞서 원심(1심)에서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증인 신문하던 도중 2014년 9월 12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가 있었다는 주장을 했다.
지난 18일 특검은 이 부회장 항소심 14차 공판에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1차 독대 외에 한 차례가 더 있었고 이 과정에서 부정한 합의가 오갔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의 면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이 부회장의 명함을 받아 번호를 저장했지만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추가 독대일이 1차 독대일인 2014년 9월 15일 전·후인지 특정하지 못하며, 그의 진술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 출입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세 차례 진행된 독대에서 부정 청탁이 오갔다는 입증할만한 진술과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특검 측은 결국 0차 독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 차례 독대 외에 2014년 9월 12일 한 차례 독대가 청와대 안가에서 이뤄졌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공소장 변경은 너무 늦었다”며 “특검은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증언 변수, 말 실소유주 관심
1심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에게 말을 건낸 것으로 결론난 말 실소유주 논란은 이번 항소심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특검은 삼성이 최 씨 측에 마필 소유권을 완전히 넘겼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변호인단은 마필 등의 실소유주는 삼성이며, 정 씨에게는 대여 형식으로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이 부회장 15차 공판에 출석한 최 씨는 마필 소유권에 대해 말 소유권은 삼성 측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정 씨가 공판에 출석해 삼성의 말에 대해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증언에 대해 최 씨는 당시엔 편하게 타라는 취지로 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씨는 말의 실소유주인 삼성 측 동의 없이 마필 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술을 이어갔다.
당초 특검은 마필 소유권이 최씨 측에 넘어가 마필 교환이 가능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교환계약 자체가 자신들이 몰랐던 최씨 독단계약이었다고 반박해왔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좋은 말이 시장 나와 매수 대기자가 많다고 들어 삼성에 물어볼 시간도 없이 급하게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고 말했다.
◇재단 출연금, 특검 ‘대가성’ vs 삼성 ‘공익적'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뇌물공여와 관련, 삼성 측이 최 씨 조카인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보낸 16억원을 뇌물로 보고 유죄로 인정했다.
또 최순실 모녀가 대주주인 독일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지원을 약속한 213억원에 대해서도 단순 뇌물죄로 판단했다. 반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출연 과정에서 청와대의 강압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점과 전경련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서도 재단 출연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특검은 재단 출연금을 송금할 당시 이 부회장의 승계 등 대가성을 전제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삼성이 재단 설립 출연금을 부담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청탁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우선 삼성 측은 삼성이 영재센터 후원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승마 지원이나 재단 출연 요구가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영재센터는 스포츠 유망주의 발굴 및 육성, 은퇴 선수들에 대한 고용과 취업기회 제공이라는 목적이라는 영재센터가 설립됐고, 실제 사업을 시행했다”며 “이 두 가지 내용은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사항으로 이 부분이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삼성 외에 문화체육관광부, 강릉시와 같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후원한 사실이 있는데 삼성의 문제만 지적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항소심 7차 공판에 출석한 강우영 삼성물산 상무도 미르재단 후원 경위에 대한 특검의 질문에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일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강 상무는 미르재단의 출연 요구에 의심하지 않았냐 특검의 질문에 “정부 주도로 이뤄진 점과 해외 문호 교류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로 판단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선고공판은는 내년 1월 중순이나 말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