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롯데일가 경영비리 사건에 연루된 신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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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받고있는 주요 혐의는 △500억원대 ‘공짜급여’ 총수일가 지급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롯데피에스넷 불법지원 등이다. 롯데 측은 이 중 공짜급여 지급과 불법임대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선처를 호소했으며, 롯데피에스넷 불법지원에 대해서는 ‘사업판단에 따른 투자’라고 반박했다.
신 회장의 실형은 곧 롯데그룹의 총수부재 현실화를 뜻한다. 그동안 신 회장은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성장시켰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부터 롯데그룹이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M&A는 총 36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4조원 규모다. 동기간 롯데의 매출액은 23조원에서 92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이 ‘원리더’ 성격이 강한 롯데의 특성 때문에 신 회장의 공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롯데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따른 우회로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좌측)이 밤방 브로조네고로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 장관과 면담을 가진 뒤 기념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베트남은 백화점과 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이 들어설 ‘에코스마트시티’에 약 20억달러(2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 증설을 추진 중에 있다. 투자 규모는 약 30~40억달러(3~4조원)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사업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왔던 신 회장이 부재할 경우 약 10조원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해외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롯데는 동남아시아와 몽골‧러시아 등의 진출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신(新) 남방정책’과 ‘신(新) 북방정책’을 내세우며 보폭 맞추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통해 선포한 비전 ‘뉴롯데’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출범시키며 투명경영을 핵심으로 하는 ‘뉴롯데’의 닻을 올렸다.
현재 롯데지주 대표는 신 회장과 함께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만일 신 회장의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황 사장이 이를 메꿔야하는 위치지만, 황 사장 역시 징역 5년을 구형받아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비리 혐의로 신 회장이 기소되면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만일 신 회장의 실형으로 인해 또다시 상장이 무산되면 ‘뉴롯데’ 출범 의미는 퇴색되게 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한 ‘일벌백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 검찰이 예상을 뛰어넘고 10년의 중형을 구형한 점을 들어 신 회장이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일 열릴 재판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