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입·출금, 자금이체 등 단순 금융거래 창구 이용 비중(건수)은 올 6월말 현재 10.6%까지 떨어졌다. 은행 영업점 창구가 아닌 인터넷뱅킹·텔레뱅킹·CD/ATM(자동화기기) 채널 거래가 10건 중 9건이라는 얘기다. 특히 스마트폰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채널 거래비중은 지난해 1분기 40%대에 진입해 올 상반기 현재 41.1%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점포의 비용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고객과의 접점으로 중요성이 큰 데도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것은 임대료, 인건비 등 지점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ATM 관리 비용 역시 수수료 수입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이같은 고정비 부담을 줄여 금리혜택으로 연결하는 전략에 맞춰져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은행권 국내 영업점포(지점·출장소)는 총 7004개로 작년 6월말(7204개) 대비 200개나 줄었다. 다만 은행간 통합 과정에서 생긴 중복점포를 줄이는 작업도 포함돼 있는 수치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최근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국 점포 126개 중 70%(90개)를 줄여 36개만 남겼다. 대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대형 자산관리센터를 선보였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강조해 온 은행 중에는 지난 2014년부터 태블릿 브랜치 영업에 주력한 SC제일은행이 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이종 업종과의 제휴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업시간에 맞춰 열고 닫는 초소형 경량화 점포 ‘뱅크샵’, ‘팝업데스크’를 도입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해 예·적금, 신용대출, 담보대출, 신용카드, 펀드에 이르기까지 주요 은행 업무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NH태블릿브랜치’ 업그레이드 버전을 통해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외화 예·적금을 새로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NH농협은행은 지난 15일 금융권 최초로 클라우드를 활용해 기업자금을 관리해주는 ‘클라우드 브랜치’를 출시했다. ‘클라우드 브랜치’는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기업의 금융업무와 자금관리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상의 은행점포로 기업을 위한 자금관리시스템(CMS)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CMS를 이용하기 위해서 별도의 서버설치가 필요했으나 이를 클라우드로 대체해 구축비용은 80% 가량 절감되고 이용료 부담도 40%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점포로 ‘태블릿 브랜치’ 전략을 이식하기도 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5월부터 베트남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점 외부에서도 태블릿 PC를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브랜치’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미 2015년 전국 영업점에 도입한 태블릿 브랜치의 운영 노하우를 글로벌 현지 영업으로 확대한 사례다.
2014년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한 KEB하나은행도 올 4월 ‘태블릿 브랜치 2.0’ 버전을 선보이고 현장 중심 밀착 영업을 공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 영업점을 온라인 상에 구현한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임직원 수가 올 6월말 현재 2만8000여명에 달하는 KB국민은행도 ‘찾아가는 영업’을 강조하고 있다. 윤종규닫기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리테일(소매금융)의 고부가가치는 자산관리에서 이뤄질 것이며 나머지는 비대면 디지털 채널로 옮겨가서 차별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스마트금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디지털 트렌드의 확산과 옴니채널의 가치’ 리포트에서 손준범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은 디지털 중심의 옴니 채널 구축과 온·오프라인 채널의 동시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객과의 의미 있는 접점을 확대시켜 고객경험 향상과 운영비용 절감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