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하나금융투자 노동조합은 이러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전체 72개 지점 중 창구인원이 2인 이하(1명 또는 2명)인 지점의 수는 50개로 그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는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한 증권사의 2인 창구 운영 평균 비중(15.5%) 보다 54.5%p 많은 수치다. 동종 업계의 2인 이하 창구 운영 비율은 신한금융투자(30%), SK증권(28%), 교보증권(23%), 하이투자증권(7%), NH투자증권(6%), 한국투자증권(2%) 순으로 높았다.
2인 창구는 업무지원직군으로 지점 내에서 고객의 입출금, 주소변경 등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일반 서비스 담당 직군이기 때문에 여성인력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노조 측은 2인 창구 문제는 여성 인권침해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여성 창구 근로자가 과로로 아이를 유산했으며, 2015년도부터 도피성 육아휴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두 명이서 창구업무를 보는 경우 교대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고객이 조금만 밀려도 점심시간을 놓치기 일쑤라 창구 뒤에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화장실도 교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물을 적게 마시는 경우가 잦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나금융투자의 2인 창구 운영 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배경에는 내부 운영진이 정한 회계 정책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4년 업무직원에 대한 회사 내부 회계 상의 비용부과를 늘림으로써 지점 손익에 민감한 지점장들이 업무직원을 줄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런 회계 정책으로 인해 지점별 업무직원 축소가 잇따랐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이상용 하나금융투자 노조 지부장은 "집행부가 생긴 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2인 창구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으나 오히려 2인 이하 창구는 계속적으로 늘어났다"며 "회사측에서 이번엔 성의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으나 6월말 인사발령이 날 때까지 지켜본 후 강경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측은 "업무직원에 대한 비용부과를 늘린 것이 아니라 영업직원에 대한 비용부과를 낮춘 것"이라며 "리테일부문 영업 활성화를 위해 영업직원에 대한 비용부과를 낮춤으로써 우수 영업직원 영입을 유도하고 영업점 손익을 개선하려 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2인 창구 비중이 높게 나타난 조사결과에 대해 은행 점포에 입점한 소규모 영업소(13개)를 포함한 수치라 2인 점포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며, 2인 창구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노조가 이 문제를 이슈화해 가을에 있을 노조집행부 선거에서 재선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인권침해 내용 등은 허위, 과장된 내용으로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