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이주한 SK증권 신사옥.
지난 8일 SK그룹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에 대해 공개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주사 전환과 금산분리 등 굵직한 이슈들과 함께 대기업집단들의 금융계열사 지분정리 셈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금지법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2년 내 증권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시장에서 적정가에 팔리지 않을 경우 변수가 생길 수 있다.
SK증권은 지난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SK가 회사 지분 처리 방안에 대해 매각주관사를 삼정 KPMG로 선정했으며, 향후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기 사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면 다시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은 10.04%다. 2015년 SK는 SK증권 지분을 보유한 SK C&C와 합병하면서 올해 8월까지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중간금융지주회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매각에 속도를 낸 이유 중 하나다.
SK는 매각주관사를 통해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계획이다. 이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들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SK증권은 8일 지분매각 보도로 인해 주가가 전일대비 240원(16.9%) 상승한 1660원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앞서 박현주닫기

SK 측은 “공정거래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지분 매각 이후에도 SK증권이 초우량 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끝에 공개 경쟁 입찰이라는 투명한 방법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SK그룹의 사례와 함께 비금융권 대기업들이 금융계열사 지분정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 역시 하이투자증권을 일찌감치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금산분리법 조항에 따라 2년 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를 정리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업을 분할시킨 4개 독립법인에 대해 재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 틀을 마련했다. 이에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수익성 개선을 실시한 만큼 급하게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SK그룹처럼 급한 상황은 아니라 매각까지 좀 더 시한이 걸릴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LS네트웍스 역시 금융업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선정돼 본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 롯데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비금융권 대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차후 지주사 전환을 할 경우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이나 현대캐피탈 역시 지분정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롯데의 경우는 지주사 전환에 적극적이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의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이 정리될 수 있다. 삼성그룹 역시 지주사 전환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삼성생명 등에 대한 지분 처리 문제는 언제든 화두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증권 매각 이슈는 확실히 다른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그룹들에게 자극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 경쟁이 본격화 된 후 매물 가치를 높여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