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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풀 꺾인 불법보조금…여전한 단통법 무법천지, 테크노마트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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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5-05 21:47 최종수정 : 2017-05-0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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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자리한 이동통신 집단 상가. 보조금 대란 때와 사뭇 상반된 매장 분위기다. /김승한 기자

△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자리한 이동통신 집단 상가. 보조금 대란 때와 사뭇 상반된 매장 분위기다.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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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4일 오후 8시께, ‘부처님 대란’, ‘보조금 대란’ 등으로 불리며 소동이 일었던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이동통신 판매점이 일렬로 빼곡히 자리한 9층. 최근 황금연휴를 틈타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던 ‘갤럭시S8 대란’의 발원지다.

출고가 93만5000원인 갤럭시S8이 18만원으로 팔려 북새통을 이루던 지난 3일과 달리 이날 분위기는 비교적 한산했다. 심지어 판매원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팔로 턱을 괴는 등 딴청을 피우는 광경도 수두룩했다.

60만~7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 사실이 알려진 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치에 나서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기자는 테크노마트 중심부에 자리 잡은 매장에서 첫 번째 상담을 받았다. 모바일게임을 하고 있던 판매원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흘낏 쳐다보며 “어떤 상품 보러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갤럭시S8 모델을 보러왔다고 하자 “언제 한 번 보러 왔었냐”고 되물었다. 판매원이 언제 왔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은 불법보조금이 가장 극성을 부리던 지난 3일 상황 때문인 듯 했다.

판매원은 “어제까지가 최고로 지원해 줬는데 지금은 원래 방식대로 넘어와 제가 해드릴 게 없다”며 “오늘 오전 11시30분까지 마지막이었어요. 아침까지만 해도 엄청 많이 팔았는데 이제는 판매 의지도 없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갤S8 18만원…어떻게 이 가격에 팔리나

93만원을 웃도는 최신 스마트폰이 어떻게 10만원대의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비단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테크노마트를 방문하기 전 을지로4가역 근방 작은 SK텔레콤 대리점에 찾았다. 보조금 지원으로 왔다고 하자 직원은 “기사에 나온 것은 너무 과장된 겁니다. 휴대폰도 원가라는 게 있는데 그 가격은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마진이 남아야 살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테크노마트에 판매되는 18만원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것일까. 상담을 이어가던 중 판매원에게 집요하게 묻자, A4용지 한 장을 꺼내면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 중 언급한 모든 숫자는 계산기에 입력했다.

“자 보세요. 갤럭시S8의 출고가는 이 거예요. 여기서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약정이 더욱 이득입니다. 거기서 36개월을 쓰면 저희가 또 어느 정도 지원해 주거든요? 거기에 페이백을 해주면 이 가격이 되요”라며 18만원을 계산기에 입력했다.

즉, 갤럭시S8의 출고가는 93만5000원이다. 여기에 공시지원금(13만5000원)과 선택약정할인(31만6800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할인율이 더 큰 선택약정을 고르면 31만6800원 할인되고, 휴대폰을 36개월 사용 시 31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그리고 판매점이 12만원을 추가로 페이백해주는데 이렇게 나온 가격이 18만5000원이다.

36개월 약정 시 판매점이 지원하는 31만원은 일반 대리점에 볼 수 없는 신도림의 ‘특이한’ 약정제도 때문이다. 36개월 약정을 걸면 12개월 치 단말기 값이 지원된다. 갤럭시S8 기준 93만5000원의 12개월 치인 31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판매원은 “신도림 오는 이유가 뭐예요. 페이백 받으러 오는 건데 지원해드려야죠…그런데 이렇게 제재를 하니 죽을 지경입니다”라며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보조금 지원 아니라면 '카드 할인'

상담을 마치고 또 다른 매장을 찾았다. 이 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은 차치하고 카드할인 구매가를 먼저 제시했다.

“카드걸면 싸게 살 수 있습니다”는 말과 함께 계산기에 7만8200원을 입력했다. 10만원이 채 되지 않은 가격이었다. 여기서는 소위 ‘카드건다’는 말로 통용 되는데, 카드를 발급받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드를 일정 금액이상 사용하면 카드할인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카드에 따라 할인혜택도 달랐다.

판매원은 어떤 카드 사용하냐며 현대카드를 사용한다고 하자 KT로 번호이동 해 카드를 추가 발급하면 54만원이 할인된다고 했다. 또한 여기서도 휴대폰을 36개월 쓰면 1년 치 단말기 값을 지원해 주는데 선택약정할인 까지 들어가면 7만8200원으로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감시와 제재에도 소액 페이백은 여전히 판치고 있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는 삼성카드 할인이 있다. T 삼성카드로 SK텔레콤 장기할부 서비스를 통해 갤럭시 S8을 구매하면 전월 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월 최대 2만원의 결제일 할인 혜택을 준다. 24개월 장기할부로 갤럭시 S8을 구매할 경우 최대 48만원의 혜택을 돌려준다.

상담을 마치고 나가려던 순간, 판매원은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라며 귀띔했다. 언제 또 보조금이 지원될지 모르니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면 언제든 연락 주겠다는 말이었다. 단통법을 비웃기나 하듯 무법천지였다.

방통위의 권고·주의로 표면적인 불법행위는 사그라들었고 판매 열기는 한풀 꺾인 듯 했지만 실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법 페이백은 여전했고, 보조금지원 없이 판매 의지가 없는 직원의 무기력함 마저 느껴졌다.

황금연휴를 틈타 고객뺏기에 혈안이 된 이통사들과 휴대폰 판매점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싸게 팔려는 자’와 ‘싸게 사려는 자’가 줄지어 모이는 이곳,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단상이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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