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DB
지난해 7월 진행된 신규면세점 심사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미쳤다’는 의혹과 함께,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신뢰 훼손은 물론 면세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와 국부 유출의 심화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15일 ‘신규면세점 선정 결과 발표 이전인 12월 초 관세청 감사 건을 청구할 계획’ 임을 밝혔다.
◇면세점 선정 결과 외부 유출…‘내정’설 점화
먼저, 지난해 7월 면세점 1차 대전 당시 일부 관세청 직원이 심사 결과를 사전에 인지해 불법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직원들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발표를 하기전 해당 종목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7월과 11월 진행된 신규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는 세부 평가 항목이나 심사 결과가 전혀 공지되지 않았으므로 이 같은 주식거래가 면세점 ‘내정설’과 관련있다는 관측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화가 면세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개별면담을 가졌던 지난해 7월 24일 보다는 보름 정도 앞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으며 김승연닫기

이에 관세청은 공정성 시비를 끊어내기 위해 올해에는 심사 결과를 공개할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관세청은 당초 5월 신규 면세점 업체를 선정할 때 심사기준, 특허심사 평가표 중분류 배점, 심사위원의 실명과 소속 직위를 공개 할 방침 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심사위원 풀을 대폭 확대했으나, 심사위원은 로비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세청, 정책 불확실성 통한 신뢰 갉아먹기 연속
관세청은 심사 기준의 공개건 외에도 계속된 정책 뜯어 고치기를 자행하며 업계의 질타를 받고 있다. 현재의 특허 대란은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부터 출발했다. 당시 정부는 면세점의 독과점 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면세사업의 규제를 시행했으며, 기존 10년이었던 면세점 특허기간은 5년으로 단축 갱신도 불허했다. 이의 연장 선상에서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은 특허 심사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회수 당했다.
그러나 올해 3월, 개정 관세법이 시행된 지 3년 만에 정부는 관세법을 다시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면세 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 여건 조성을 통한 면세점 경쟁력 제고를 위함’이라는 명목이다. 특허의 추가 발급도 검토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2014년 대비 2015년 중국인 관광객수가 88만명으로 늘어났다며 대기업용 면세점 특허 4개를 추가했다. 시내면세점 사업자의 추가는 관광객 추이와 연동, 전년보다 관광객 수가 30만 명 이상 증가할 시 가능하다.
그러나 관세청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관세청이 서울을 찾는 방한 중국인이 급감 했음에도 , 면세점 4곳 추가를 강행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5년 기준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인 1041만3000명은 2014년보다 100만 5000명, 8.8% 급감한 인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춘추전국시대…신규면세점 적자 행렬 연속
관세청이 특허권을 좌지우지, 신규 면세사업자가 대거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얻은 서울 시내 면세점들은 올해에 무더기 적자 행렬을 기록했다. 최근 신규 면세 사업자들이 공시한 2016년 1~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은 9월 말까지 1212억원의 매출과 37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한다.
지난 12월 말 영업을 시작한 갤러리아면세점63은 올해 9월까지 1934억의 매출과 30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6%를 기록한 상태다. 이어 지난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두타면세점이 상반기에만 12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만이 영업손실률을 줄이는 한편,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중 가장 낮은 적자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9월까지 228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6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7% 수준이다. 매출 1056억, 영업손실 51억을 기록한 3분기만 봤을때는 영업이익률이 -5%를 기록하며 개선되는 중이다.
◇외화벌이 아닌 국부 유출…송객수수료 고공행진
업계에는 이 같은 적자의 이유로 판관비를 꼽고 있다. 신규면세점들의 계속된 출점으로 인해 무리한 마케팅 비용을 썼고, 이것이 적자에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규면세점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마케팅 비용에 쏟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단체 관광객 인원수에 따라 인두세를 지불하는 관행이 있다. 면세업계가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인두세는 1인당 4~5만원에 이었으나 최근 10만원에 육박한 곳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두세뿐 아니라 송객수수료도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송객 수수료는 여행사가 쇼핑업체에게 관광객을 몰아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국내 면세업계에서는“송객수수료가 없으면 이처럼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위 면세점의 경우 10%대의 송객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 면세점의 경우 30% 이상의 송객 수수료를 부담한다.
실제 면세업계 내부에는 “송객 수수료는 고스란히 중국의 품에 돌아가는 것”이라며 신규 출점하는 면세점들의 경쟁으로 인해 송객 수수료가 고공행진 할수록 외화를 벌기 위해 존재하는 면세점의 의미가 무색해질까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의 송객수수료율은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두산과 한화의 경우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송객 수수료를 부담 중이라는 관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한해 면세업계 전체 송객수수료 비용은 5729억 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시내면세점들이 중국 여행사에 지불한 송객수수료만 47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의 83% 수준으로, 면세업계 상반기 전체 매출로 보면 1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치권 “12월 특허 심사 앞서 관세청 감사 청구하겠다”
야당 의원들이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가 시급하고 12월 특허 심사 역시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계 관계자는 “관세청의 심사방식을 포함,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난 국감때부터 제기된 문제이다”며 “신규면세점이 늘어남에 따라 서로 경쟁적으로 송객수수료를 주면서 단기간의 수익 올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이것을 면세 특허를 심사하는 관세청이 두고보아야 하는지가 큰 관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지급하는 송객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이나 동남아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조급한 특허 추가 보다 면세 업계와 관광 산업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여행사가 모여 세심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지적대로 이번 특허 공고의 배경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지난해 오픈한 신규업체들이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특허반환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관광객 수까지 허위로 밝히며 추가 특허 공고를 한 관세청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