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장인들에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시크릿 통장’이다.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아 존재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스텔스 통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통장은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에서는 조회되지 않는다. 오직 통장 주인이 직접 은행 영업점을 방문, 요청해야만 계좌 조회와 예금 지급이 가능하다. 심지어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본인이 지정한 은행 지점 한 곳에서만 조회와 입출금, 해약이 가능하도록 보안 강도를 더욱 높였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보안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우리·신한은행은 ‘보안계좌’, KB국민은행은 ‘전자금융 거래제한계좌’, 기업은행은 ‘계좌 안심서비스’, KEB하나은행은 ‘세이프 어카운트’라는 이름이다. 특히 KEB하나은행의 세이프 어카운트는 자신이 원하는 계좌에 신청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 제도인 것이 특징이다. 보안계좌 서비스는 별다른 조건 없이 본인이 은행 창구에 직접 내방하여 개설이 가능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보안계좌 서비스에 대해 “한번 신청한 고객들은 대부분 해지하지 않고 계속 쓰는 편”이라며 이용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혔다. 또한 “고객층이 다양화되는 추세”라면서 “비상금을 만들려는 샐러리맨 남성들과 더불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면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금융 거래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젊은 세대의 이용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보안계좌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불가능하다는 단점 때문에 ‘멍텅구리 통장’ 취급을 받았다. 그렇게 업계에서 퇴출되는 듯 했으나 결국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비상금 통장’으로 변모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보안계좌는 지난 해 말 8만5000개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급, 연말 보너스 등 특히 많은 수요가 몰리는 연말연시에 보안계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