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허송한 20년, 갈림길에 선 경제 강국 꿈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6-10-31 01:24

정희윤 산업부장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허송한 20년, 갈림길에 선 경제 강국 꿈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는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지난 27일 열린 경총 포럼에서 강조했다는 말이다. 3분기 여러 악재가 겹치더니 요즘 들어 ‘비상경영’이란 말이 급부상하고 있다.

‘비상’상황에 가깝다는 상황인식 그 자체에는 우리 사회 공감대가 넓다. 문제는 원인 진단과 해법 설계를 둘러싼 시각차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대기업의 누적된 노동운동 때문에 국내 제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오래된 진단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과도하게 높은 임금수준에도 여전히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우리나라 경영자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논리다. 이 논리를 극한으로 끌고 가면 대기업 노조가 없어지기만 하면 위기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시각이 아니다. 노동 관련법의 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오히려 노동인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이 줄고 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보는 지경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지나친 처사다.

정말 비상상황이라면 노조 탓만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 위기의 근본적 실체를 파헤쳐서 넘겨야 진정한 극복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제조업 위기는 비단 대기업의 위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노조 조직률이 10.2%이며 미가맹노동조합 조합원 수와 비중이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노조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논리가 ‘참’임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귀족’ 칭호를 얻은 대규모 정규직 노조가 있는 대기업 말고도 경영난이 심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처지는 무엇 때문이라고 설명할 것인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노조 혐오증을 앞세워 국민 여론의 단결을 호소하려 한다면 비상 상황 해결은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영계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배운 것이 많다. 투명한 경영, 권한 만큼 책임을 지는 경영 등의 개념이 일반화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필자는 더 근본적인 논의와 모색을 우리 사회가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거론하고 싶다. 괜히 뉴노멀 시대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지속가능 경영, 사회공헌 같은 패러다임을 인정한다면 싼 임금과 제품 단가에 의존하는 경영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제조업 위기는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에서 실패했기 때문이지 특정 경제주체 일방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경쟁력 요소 가운데 원가 요인은 물론 중요하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원가부담을 필수적으로 늘리게 되고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가격경쟁력 말고 내세울 것이 없다면 임금인상 요구에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가격 단가 말고 경쟁우위에 서 있는 영역이 없다는 반성을 해야할 상황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지난 20년 우리나라 제조업은 허송세월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가격경쟁력 말고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서 또한 정말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확인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낌새조차 차리지 못했던 1997년 중반무렴 굴지의 대기업집단 산하 경제연구소가 제시했던 21세기 우리기업들이 채택해야할 전략과 해결과제 내용을 모처럼 찾아 보았다. 당시 민간 전문가가 제시한 것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척시킨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제목들만 소개해 본다.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는 대목에서 1 확장위주에서 핵심능력 위주로, 2 단순 가격경쟁에서 가격과 성능 경쟁으로, 3 단순모방에서 창의적 모방으로, 4 국내 위주 사고에서 세계화 전략으로, 5 전통적 중소기업에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으로, 6 생산 능력에서 혁신 능력으로, 7 군대식 관료 조직에서 유기적 팀조직으로…….

지난해 전경련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추종형 경제에서 벗어나자는 지적이 나온 걸 보면 우리 기업 경쟁력은 20년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기 어렵다.

그나마 가장 크게 진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 세계화 전략을 짚어보자. 생산과 유통 면에선 글로벌 각지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기술과 디자인 등 핵심가치 면에서 글로벌 무대를 주도하고 있노라고 어깨를 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21세기를 앞두고 추구해야 할 패러다임 상당수는 지금도 표현만 약간 다르게 요란한 구호로 지금도 반복해서 부르짖고 있는 현실 아닌가.

20년 동안 기업 경쟁력, 산업경쟁력은 어떤 변신노력을 기울인 것이며 얼마나 큰 성과를 얻은 것일까.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스스로 내리게 될 정도로 둔감해진 채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질적 노력을 기울일 각오를 세우지 못하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면 말로만 비상경영을 외치면서 그 어떤 전략적 포석도 없이 인력감축과 비용절감만 하다 말 공산이 크다.

창의적 혁신을 가로막은 국가시스템과 인적장막에 좌절했던 굴원이 무려 172가지 질문을 하늘에 고했던 것처럼 우리도 天問에 나설 일인가 아니면 우리 기업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일까. 경제 주체 모두의 총의를 모으려는 노력은 아예 불가능한가 아니면 해보려고 하지 않은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