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기업부채 구조조정의 혜택과 비용: 한국을 위한 추정’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부채 구조조정비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조조정비용이 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지원 패키지(12조원)와 이들 은행의 내부 손실 흡수 가능액(10조원) 그리고 일부 시중은행이나 다른 채권자 부담액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수치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다만 IMF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영향을 받는 인력이 1만여 명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2만명으로 예상한 국내 조선업계 분석보다는 낮은 수치다.
하지만 전 산업을 놓고 보면 '고용 충격'이 현실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IMF에 따르면 기업부채 축소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고용률이 0.4~0.9%포인트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 9월 통계청 '고용 동향' 기준으로 보면 17만~4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한편 지난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는 105.9%로 19개 신흥국 중 홍콩(211.1%), 중국(169.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기업부채 규모가 큰 만큼 이를 줄이는 과정에서 채권자와 근로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 이래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나라 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하다"며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지표마저 국가 순위로 봤을 때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막대한 부채가 영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다 보니 기업이 도산하게 되고 그 결과 돈을 꿔준 사람(채권자)이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근로자) 모두 길바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MF는 이 같은 기업 구조조정 충격을 만회하는 데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업 부채 구조조정이 우리나라 경제에 손실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IMF는 전망했다. IMF는 기업 부채 구조조정이 앞으로 한국의 GDP 성장률을 연 0.4~0.9% 상승시키고, 고용률은 0.05~0.1%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이하였던 기업이 기업 부채 구조조정으로 1% 이상으로 전환될 경우, 투자는 3.1%포인트, 고용은 2.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IMF는 “핵심 결론은 기업 부채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단기적 비용이 청산된다는 것”이라며 “빠르게 증가하는 생산량, 고용 등을 통해 이 비용들은 10년 뒤 중기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