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B금융 주가 추이
이달 초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했던 주식 맞교환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식 교환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직후인 10일에는 3만8200원의 고점을 찍은 후 25일 현재 3만775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주가 역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KB금융은 이사회를 통해 현대증권과의 주식교환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안을 결의한 바 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한 뒤 KB금융이 합병 증권사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럴 경우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의 합병으로 인해 상장사인 현대증권 주주에게 불리하다.
지난 4월 현대상선에서 사들인 현대증권 지분 22.56%와 현대증권에서 사들인 자사주 7.06% 외에 남은 70.38%를 KB금융 주식과 교환하는 것이다. 교환 비율은 KB금융 1주에 현대증권 약 5주다.
KB금융 측은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을 위해 시장 가격에 따라 상장사인 KB금융과 주식 교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주식 맞교환을 결정한 데 대해선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8월 들어 KB금융의 주가는 6%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현대증권 소액주주의 보호라는 명분도 얻게 된 것이다.
또한 현대증권의 고가 인수 논란도 불식시켰다. 주식 교환을 통해 자회사 편입 속도를 앞당겨 그룹 전반의 시너지 창출 효과도 보았으며, 자사주 매입 단행으로 인해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가 희석에 대한 부담도 떨궈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하는 데 쓴 돈은 1조2400억원이다. 지난 6월 현대증권 자사주 7.06%를 1100억원에 매입했고 앞으로 남은 지분을 1조1300억원에 사들이면 지분 100%를 매입하는데 들어간 금액은 약 2조5000억원이다. 현대증권 장부가치를 3조3000억원으로 봤을 때 효율적인 딜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발생한 회계상 1조원 가량의 염가매수차익도 KB금융 주주들에겐 긍정적인 면이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76배로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PBR 0.79배,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PBR 1.3배보다 낮은 수치다. 염가매수차익 발생으로 다수 자기주식이 발생하더라도 자본비율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이 주식교환을 통해 현대증권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힌 후 순이익 컨센서스 역시 500억원 가량 올라갔다.
◇ 증권가, 지분 희석에도 불구 KB 전략 통했다
증권가는 이번 주식교환에 대해 현대증권 소액주주들도 배려한 결정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KB금융과 현대증권의 주식교환 비율은 약 1:0.19, 교환가액은 KB금융 3만5474원, 현대증권은 6766원”이라며 “신규발행 주식 수는 8.22% 수준에 지분 희석으로 인해 주당순자산가치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자기주식 매입은 주가안정을 위한 선택”이라며 “현대증권과 KB금융의 주식교환 결정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위원은 “최근 실적발표기준 현재 PBR은 현대증권 0.49배, KB금융 0.52배로 주식교환 후 이익의 가시성 제고, 배당투자여력의 증대 등을 고려하면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KB금융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주식교환에 반대할 현대증권 주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와 주식교환을 먼저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비상장회사인 KB투자증권과의 합병보다는, 상장회사인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간의 교환으로 공정한 가치산정을 통한 현대증권 소액주주 권리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KB금융 그룹의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구용욱 부서장은 “KB금융의 의도는 비은행 부문 강화로 볼 수 있으며 KB입장에서는 좋은 방안”이라며 “PBR 0.5배선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가격을 더 올려주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자사주 매입에 관해 구 부서장은 “현실적으로 현대증권 주가를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KB금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급상 한도를 갖고 가는 것”이라며 “일종의 안전장치로 현대증권 주주들의 불안감을 줄여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증권과 KB손보사 지분 이 올라갈 경우 비은행부분 강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이번 주식교환은 KB에게 나쁘지 않다. 여신부분의 중첩으로 인해 현대저축은행은 매각되지만, 현대자산운용의 활용도에 대해선 좀 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차후 이 부분에 대한 사업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열리는 현대증권 주주총회의 결과가 중요한 부분이다. KB금융은 일정한 매수청구금액의 청구에 대해선 진행하지 않는다는 옵션을 걸어 둔 상태다.
현대증권의 경우 과점 주주로 이뤄져 있지 않은 다양한 주주들로 구성돼 있는 회사다. 이 부분 역시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KB금융의 실적 흐름과 주가는 중요한 관건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