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분야 모두 예전에는 은행들이 관심이 덜했지만 최근 수익을 위한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은행들이 공통된 관심사로 접근하다보니 전략마저 비슷하다. 최근 KEB하나은행을 마지막으로 신한, 국민,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전부 부동산 투자 자문업에 뛰어들었다. 또 은행들은 앞 다퉈 특정 직업군을 위한 다양한 대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 부동산 자문업·직업 대출 공통점
은행들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자문업과 특정 직업 대출 상품의 공통점은 저금리 기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고객 발굴을 목표로 하는 점이다. 은행들이 원하는 바는 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돈이 되는 고객층 확보와 장기 거래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해당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거래를 트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최근 나오는 일부 대출의 경우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역마진이 우려된다. 부동산 자문업은 소액 거래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4년 11월 부동산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아 업계 최초로 투자자문업을 시작했다. 현재 KEB하나은행이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업 겸영 인가를 받아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까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모두 부동산 투자자문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정 직업 대출의 경우 그동안 집중했던 주택담보대출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객 개척을 위해 외면했던 직군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낮은 2%대 금리를 앞세워 공무원 시험 합격자와 기업 입사자, 전문 자격증 취득자 등 사회 초년생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 부동산 자문업 진출 이유
부동산투자자문업은 은행이 고객들의 부동산의 매입 타당성이나 매각 가치 분석, 개발 타당성 등을 분석해 주고, 절세 방법 등을 상담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자문업에 대한 수수료로 자산가격의 최대 2%를 받는다. 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사업 영역을 찾는 은행 입장에서 부동산 수수료 수입은 매력적이다. 부동산은 건당 규모가 크기 때문에 창출되는 자문 수수료는 송금이나 입금 등 일반 은행 거래 수수료보다 훨씬 크다. 다만 단일 수수료가 크더라도 거래 자체가 활성화가 미흡하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수익규모는 아직까지 은행 규모에 비하면 큰 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수수료를 내고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차후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선두 주자인 신한은행은 부동산 자문업으로 지난해 12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포함해 기타 부대 수입으로 총 18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1월 부동산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치고 담보가치 평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정 기간 고객에게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해주고 연회비 형식으로 수수료를 받기도 하고, 부동산에 대한 가치판단, 매각 지원 등으로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투자자문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5건 정도이며 이를 통해 9350만원의 수수료를 벌었다.
◇ 은행권, 직업 대출 상품 풍년
부동산 자문업이 이미 재산을 형성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특정 직업 대출 상품은 고객 분석을 바탕으로 위험성은 줄이고 꾸준히 은행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고객에 집중한다. 안정적이거나 고소득 직종을 대상만 취급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군을 포함한다. 은행들은 최근 소방, 경찰, 비정규직교사, 운전기사, 의료기관 종사자, 부동산 등 다양한 전문 직군을 대상으로 한 특판 상품을 은행을 가리지 않고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최저 연 2.6%에서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가디언론’을 특별 판매한다. 이 상품은 죽거나 다쳤을 때 대출금을 보험사에서 대신 갚아주는 상해 사망보험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최저 연 3.73%의 금리로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위비 공무원 모바일 대출’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신용 7등급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비정규직 교사를 위한 상품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신한 누리N나눔대출’을, 하나은행은 초·중·고교 기간제 교사를 대상으로 ‘참샘 에듀론’을 출시했다. 고객 세분화 확보 경쟁에 지방은행도 참여했다. 부산은행은 개인택시를 대상으로 최대 4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BNK베스트 드라이버론’을 판매 중이며, 경남은행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공인중개사 우대대출’을 내놓았다.
◇ 싸게 또는 다양하게, 고객 공략 포인트
은행들은 부동산 투자 자문업 성공을 위해 유료 서비스라는 거부감을 없애야 된다고 판단해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기존 행복한부동산센터의 이름을 부동산자문센터로 바꾸고 유료로 개발타당성 분석, 매각가치분석, 매입 타당성분석, 최유효이용자문(부동산의 효율적인 이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빌딩매입 등 상업용 부동산이 주 투자자문 대상으로, 매입 자문고객에겐 건물외관, 내부설비, 시설, 전기 소방 설비 등을 점검해주는 건물실사 서비스도 진행해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부동산 보고서로 유명한 KB국민은행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고객 공략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부동산중개 앱 ‘다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테이션3와 손잡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동산 시세 파악부터 주택 관련 대출까지 온·오프라인 연계 상담이 가능해진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3일 KT와 뉴스테이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 앞으로 KT와 공동으로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해 이르면 2017년 중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직 상품의 경우 예전에 비해 다양한 직업군을 포괄하는 움직임이다. 예전에는 의사나 법조인 등 고소득 전문직을 선호하던 시중은행 대출이 문턱을 더 낮추고 대상을 세분화 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별로 금리를 차등화해 위험 요인을 줄이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실제로 이렇게 고객 세분화를 진행했을 경우 연체율과 부실률 관리가 수월해 은행 입장에서 우량 고객 구분이 쉽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도 일반 개인보다 신용도 면에서 우량한 고객으로 보고 있어 관련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들이 출혈을 감수하는 까닭은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기대로 은행들은 양 분야에서 당장의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또 일단 거래를 시작하면 다른 연계 상품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점도 은행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문이다.
부동산 자문은 소규모 빌딩 거래도 다양한 부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들은 대출부터 향후 부동산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까지 빌딩 거래에 수반되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자문업을 통한 컨설팅 수수료보다 고객 관리 및 자문을 통한 부수적인 은행 거래 확대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직업 대출 상품들도 부수거래가 주목적이다. 이런 상품 중 특판 상품들은 일반 대출상품에 비해 1%포인트 가량 금리가 낮아 역마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한번 대출이 발생하면 활동성 고객(수신 잔액 30만원 금융 소비자)이 늘고 펀드, 카드 등 추가 실적을 올릴 수 있다. 특판 상품을 미끼로 여러 거래를 엮을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이다.
부동산과 전문직 상품 모두 알짜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고객층에게 편의와 이득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밀도를 쌓는 것이다. 은행들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은행들의 고객 세분화와 집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