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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요구하는 혁신과 과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7-31 19:27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김영란법이 요구하는 혁신과 과제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9월 28일부터 법이 시행되게 됐다. 김영란법으로 불려온 이 법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과 금품을 매개로 한 부정한 거래, 접대 관행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공무원과 언론인만이 아니라, 그들과 관련돼 일하는 사람과 조직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 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 모두가 생각과 행동양식을 신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접대를 하는 기업들이 낡은 접대 문화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등이 한 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한다.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다만 국민권익위원회가 확정한 시행령이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 적잖은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혹자는 법 시행을 놓고 김영란법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드물었던 것 같다. 부정부패를 몰아내자는 취지에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법의 집행이 몰고 올 파장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 시행에 들어가도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3만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을 시켰다면 이는 위반이다. 반주를 곁들여야 할 경우에는 음식값을 4000원 더 싼 2만6000원 짜리로 골라야 하는데 과연 그런 곳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10만원짜리 선물을 면세점이나 할인점에서 5만원에 할인된 금액으로 사서 선물할 경우에는 다행히도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함께 선물해야만 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선물다운 선물일까. 우리나라의 선물에 대한 통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법 적용 대상이 최대 400만명에 이르는 만큼 신용카드 소비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줄 수 있어 카드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법인 59만1694곳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기업접대비는 2008년 7조502억원, 2009년 7조4790억원, 2010년 7조6658억원, 2011년 8조3535억원, 2012년 8조7701억원, 2013년 9조68억원, 2014년 9조3368억원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총 9조9685억원으로 거의 10조원 가까이 된다.

카드업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법인카드 사용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카드사의 수익도 줄어든다는 얘기라며 법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소비 침체, 개인카드 사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는 이유도 때문이다.

게다가 이 법은 금품수수 허용기준과 부정 청탁 개념이 모호해 농축수산업계, 요식업계, 레저산업 등 민생경제가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내수가 치명상을 입으면 우리경제 성장 동력 회복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 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0.7%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산술적으로 11조원 규모 추경 효과가 상쇄될 수 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농축수산품은 수요대비 가격이 비탄력적이어서 김영란법 시행 후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폭락 사태나 수급문제가 발생 수 있어 4분기부터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현재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처들은 자체적으로 테스크포스를 만들거나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파장을 점검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가 위상에 비해 청렴도가 낮다는 평가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후진적인 접대, 회식, 청탁 문화를 근절하지 않고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을 수 없다. 그렇기에 김영란법 제정은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기까지 앞으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혼란과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직무수행이라는 법의 도입 취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세밀하게 마련해 오해와 분란의 소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부정청탁의 기준인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대한 모호성을 없애고 고소·고발이 남발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수사 기관의 요술방망이가 돼서도 안 되며 배우자 포함 400만 명이나 되는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내모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법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부패 사슬’을 끊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외조항은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왕 시행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법이었으면 좋겠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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