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매도 기법을 기관이나 외국인이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서 도입한 제도인데 관련 법안의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정상적인 투자 기법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이 기법이 악용돼 공정거래가 무너지고 투기적으로 악용된다며 법으로 관리되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의 의무화 제도가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는 지난 2014년 2월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것이다. 공매도 잔고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구성 돼 있다.
공매도 공시제가 시행되면 모든 투자자들은 공매도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0.5% 이상일 경우 공매도 잔고를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0.1% 규정에서 0.5%로 공시 의무가 완화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각 증권사와 외국인은 개별로 공매도 규모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동안은 법적 근거가 없어 솜방망이 제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변동성이 커져야 외국인과 기관에게는 투자 수익 기회가 생기게 되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공세를 알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로썬 힘든 싸움”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6월 하루 주가 상하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엔 개별 종목들의 주가 ‘널뛰기’ 현상이 더욱 거세진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거센 공매도 탓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공매도 공시를 의무화한 관련법(자본시장법개정안)은 여야간 쟁점 법안으로 묶여 3년째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는 정무위원회다. 해당법안은 3년전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도 여전히 처리가 불투명하다. 19대 국회가 종료되면 해당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현재 자본시장법 등 국회 정무위원회 쟁점 법안에는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제한한 대부업법, 불공정 대리점 거래 관행을 금지한 대리점업법,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여당 요구 법안과 야당 요구 법안이 하나씩 엇갈리고, 논리 싸움과 감정싸움이 보태지면서 법안심사소위 일정마저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 업계에선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 시장에서 유사 취지의 제도 마련이 돼 있다는 반론이 더 힘을 받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 사태와 같이 공매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금융위원회 측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8월 제한폭 확대 발표와 함께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 공시 의무제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보고 의무 위반자에 대해선 정정명령과 과태료 등 시정 및 제재 조치가 가능토록 법안을 정비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특정 증권사가 보유한 공매도 물량이 공시돼, 투기적 공매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원석 기자 one21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