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이 이번 금융당국의 선언으로 인해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작년 8월 ‘건수제’ 일괄전환 발표 이후 약 1년여만에 이를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선택’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놔 자보 상품 전략 구성이 더 복잡해졌다는 볼멘소리다.
◇ 임종룡닫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 제도를 현행 점수제로 유지해 달라’는 건의를 받고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자동차보험 할인할증기준은 기본적으로 점수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건수제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달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방침을 건수제 일괄전환이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보 할인항증 기준을 일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전규제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現점수제와 건수제 중 어떤 방식이 운전자의 위험도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는 점 또한 이 같은 발언의 취지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자율화를 보장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보험업계의 선택권에 따라 건수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손보업계, 대응 고심… ‘보험금 소액다건 속 건수제 부합 의견 굳건’
임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손보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임종률 금융위장 발언 이후 손보협회를 중심으로 각 손보사 자보 관계자들이 관련 회의를 실시했다. 손보업계는 임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 도입을 선언했던 건수제를 철회한다는 시선과 자보에서도 각사별 맞춤 상품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금융당국의 사전 간섭을 금하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 갈려서다.
특히 건수제 철회라는 시선을 가진 곳에서는 현재 자보 보험금액별 비중을 들어 이 제도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펼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0만원 이하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개인용 자동차 자차담보 기준)는 전체 보험금 지급 건수의 63.7%에 달한다. 고가 차량의 등장으로 이들 금액구간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자동차사고가 과거 다액소건의 경향에서 소액다건으로 변경됐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없다. 이를 감안해 자보에 있어 건수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작년 8월에 구체적 로드맵이 등장한 것.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건수제 일괄 전환 철회 얘기가 등장하자 각 손보사들의 자보 관계자들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며 “특히 최근 자보 자차보험금액별 분포도 등을 감안하면 건수제 전환이 더 정확한 위험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 위원장이 중소상공인의 어려움 및 보험업계 자율화를 위해 건수제를 일괄에서 선택제로 바꾼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이는 사실상 건수제를 하지 말라는 의견으로 이해되지만,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해 향후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