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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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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13 23:32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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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필요한 이유
투자시장으로 내몰린 일반투자자 모두가 금융전문가가 될 수는 없어

금융교육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금융자문업자’의 제도적 도입 더 중요

오래 전에는 “서부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인데, 서부 개척시대와 전혀 무관한 이탈리아도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서부 영화들을 만들 정도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서부 개척시대에는 가죽 혁대에 달린 권총집에 권총을 차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해도 무방했습니다. 광활한 서부의 대부분 지역에서 치안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보니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미국에서 총기의 구입과 소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습니다.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전미총기협회」(NRA)는 개인의 총기소지가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에 근거하며, 정신적 문제가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총기사고를 일으킨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총기규제옹호론자들은 NRA와 전혀 다르게 주장하지요.

최근 미국에서 총기규제문제를 놓고 다시금 논란이 분분합니다. 수정헌법 제2조의 해석 논쟁이 아니라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는 현실에 기인합니다. 2014년 10월에 하버드대와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1982년에서 2011년까지 미국에서 평균 200일마다 대규모 총기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이후 2014년까지 3년 동안은 평균 64일마다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버지니아 주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던 기자 둘이 옛 동료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총기규제강화 입법을 촉구했지만, NRA의 강력한 로비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2012년에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고로 28명이 숨졌을 때 미국 정부가 모든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했지만 상원의원 100명 중에서 54표를 얻는데 그쳐 표결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6표가 부족했지요.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당시 미국인들의 91%가 법안 내용을 지지했는데도 말입니다. 입법 저지의 주역은 NRA였습니다. 재선이 위태로운 의원들이 NRA에 동조했던 것이고요.

NRA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더라도 개인의 기본권 확보보다는 총기제조업체의 입장을 반영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총기소지를 허용했던 서부 개척시대에도 과연 총기소지가 선량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서부 영화의 등장인물은 크게 세 부류입니다. 대부분 농업이나 목축업에 종사하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못된 인간과 그에게 고용된 총잡이들이 있습니다. 못된 인간들의 괴롭힘이 반복되고 마침내 선량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못된 인간들과 대립하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마지막 한 부류인 선량한 총잡이지요. 어디에선가 흘러들어 왔거나 또는 자신을 숨기고 묵묵히 있던 절세의 총잡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정체를 드러내면서 선량한 사람들이 결집해서 못된 무리들을 처단하게 됩니다. 서부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농업이나 목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총잡이들을 이길 정도로 총싸움에 능해진다는 얘기는 신데렐라에나 나올법한 마법이지요. 욱하는 마음에 싸움을 걸어도 백전백패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생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익숙하지도 않는 총싸움에 내몰린 것뿐이지요.

현대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원하지 않아도 “투자”라는 골칫거리로 내몰립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구직사이트인 Worknet(http://www.work.go.kr)의 「한국직업사전」에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1,440개의 직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업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기술을 익히는 짬짬이 금융지식을 쌓기 위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저 아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금융 전문가들인 판매회사 직원과 대등하거나 또는 그들을 능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융회사 직원이 모두 못된 총잡이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동양그룹의 불완전판매 또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처럼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이려 드는 금융회사 직원들은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던 못된 총잡이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문제는 농기구나 소몰이용 밧줄을 잡던 손으로 총을 잡아 봐야 익숙해지기가 어려운 것처럼 짧은 시간에 금융지식을 쌓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질 때마다 투자자들의 금융지식이 문제라는 지적에는 아연할 따름입니다. 투자자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단지 생업이 아니기 때문인데 말이지요.

금융지식은 직관적인 지식이 아니고 한 번 듣고 알 수 있는 수준도 아닙니다.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쉬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행태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편향(bias)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이 있더라도 금융의사결정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총 쏘는 연습을 시키더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총을 제대로 쏘기가 어렵거나, 총싸움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하는 편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금융교육을 받았더라도 번쩍거리는 금융회사에서 들어가서 똑똑해 보이는 금융회사 직원과 금융지식을 겨루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물론 개중에 일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의 팽배로 피해를 자초하곤 합니다. 서부 영화에서 깜도 못되는 인물이 총 몇 번 쏴 보고는 총잡이들에게 싸움을 거는 것처럼 말이지요. 행태경제학에서는 “과신”(over confidence) 편향이라 부릅니다.

최근 금융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자주 들립니다. 물론 금융교육은 중요하고 반드시 활성화가 되어야 합니다. 다만, 금융교육 활성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총 쏘는 연습을 시키면 총잡이들을 이길 수 있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 전에 행태경제학의 주장을 반영해서 금융교육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서 금융교육의 목표를 분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정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진 후에 활성화를 추진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꼭 총싸움을 직접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총싸움은 선량한 총잡이가 하고 선량한 사람들은 총알을 장전하는 등의 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금융 분야의 선한 총잡이는 일반투자자들 편에서 일하는 금융전문가입니다. 현재 국회에 3년째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 “금융자문업자”가 도입되는 것이 금융교육 활성화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총기사고가 갈수록 빈번해짐에도 1871년에 설립된 NRA의 반대로 총기규제가 녹록치 않은 미국을 보면 총기구입이나 소지가 불법인 우리나라가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투자자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현명함이 절실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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