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가 대폭 제한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종사자들 중에는 의외로 보험사의 행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다소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 광고가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엔 방영을 못하게 되자 그 빈 자리를 두고 케이블광고시장에서는 요즘 보험사를 보는 눈길이 심상찮다고 한다.
그럴만한 게 케이블TV 광고매출에서 금융사의 비중은 대략 10%인데 대부업체, 저축은행과 함께 이 시장을 3분하고 있던 곳이 보험사다. 대부업 광고가 ‘청소년유해물’이 돼 버렸고 저축은행도 자율규제라는 미명 하에 비슷한 꼬리표를 달게 된 상황에서 보험광고는 아직 규제의 칼날을 비껴가고 있다.
저축은행, 대부업계에선 주로 대형업체가 케이블광고를 하는 것과 달리 보험업권은 중소형사들이 주력하는 편이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 광고담당자들은 대부업체, 저축은행들이 빠져 나간 빈 자리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전언이다. 인포머셜(상품가입 전화번호가 뜨는 광고)보다는 10초 이상의 기업이미지 광고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고심의 또 다른 부분은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빈 자리가 과연 기회일까 혹은 독이 될까라는 의구심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보험광고가 대출광고와 같은 부류로 엮여 철퇴를 맞는 게 보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정치권에선 보험광고도 저축은행, 대부업체 광고 못지않게 ‘공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정무위 소속 강기정 의원은 38개 주요 케이블채널에서 하루 평균 대부업 광고가 1043건, 보험은 575건, 저축은행은 369건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에 등록된 프로그램공급자(PP)가 총 103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나온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응답자의 70% 가량이 가장 많이 접하는 광고로 대출과 보험을 꼽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수혜를 받을 것 같은 보험사들도 저축은행, 대부업체가 떠난 자리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유해’하다는 낙인이 찍힌 채 광고규제에 묶인 대부업체, 그와 비슷하게 영업을 한다며 같이 발목 잡힌 저축은행, 그 빈자리가 탐나면서도 고심 중인 보험사들, 케이블광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소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씁쓸한 현상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