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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백전노장 내쫓는 게 역량강화?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6-17 21:53 최종수정 : 2015-06-17 21:59

[데스크 칼럼] 백전노장 내쫓는 게 역량강화?
만약 민간 대기업집단 최고경영자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에 비관적 시니리오는 단 한줄 언급 없이 죄다 긍정적 시나리오 가득한 보고서만 올라 간다면 어떨까? 마냥 자족감에 취해 아무런 점검과 검토 없이 지나치기만 할까?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을 대신해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행정부와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감독기관이 온통 낙관적 보고만 되풀이하고 있다면 어떻게 봐야할까?

“부채총량이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증가하고, 늘어난 대출이 주로 주택구입 및 기존 고금리대출 상환 등에 사용되면서 주택시장 정상화와 가계 이자부담 경감에 기여했다.”

금융위원회가 17일 국회 업무보고 때 내놓은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2005년 이후 연평균 9% 수준으로 증가하다가 2011년 가계부채연착륙 대책 이후 6% 수준으로 안정화”됐으며 “다만, 2014년 하반기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하며 증가폭이 다시 확대되는 추세”이긴 한데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이 전년대비 하락하는 등 양호한 상황이라고 진단해 버렸다.

◇ 가계대출 폭증 통화당국 탓?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오해사기 딱 좋은 분석을 연발했다.“작년 하반기 이후 주택대출규제 합리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부채총량이 다소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지난 11일 한국은행 추가 금리인하(1.75→1.50%) 등으로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쯤 되고 보니 ‘가재는 게편’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정책 수행에 한 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지난해 그토록 성가(聲價)를 높였던 ‘초이노믹스’ 덕분이 아니라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덕(탓?)에 부채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하는 셈이다.

이것은 가계부채가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나큰 불안요인으로 떠오르더라도 행정부 탓이 아니라 금리인하 결정을 연이어 내린 통화당국 탓으로 돌리기 위한 치밀한 사전포석인 것은 아닐까?

◇ 낙관에 동조하게 만드는 근거는 어디에

무엇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직접 다루는 통계와 지표 말고는 그 어떤 입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떨어지고 부실채권 비율이 줄었다는 점, 그리고 고정금리대출 비중과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늘리는 부채구조 개선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노라고 강조하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다른 현안 이슈가 많은 상황이라 가계부채 문제만 다룰 수 없었을 수 있다. 그렇다 손치더라도 일선 금융계에서도 여신심사 때 반드시 검토를 하는 전후방 연관효과에 대한 검토결과를 왜 내놓지 않는 것일까?

금융위와 금감원이 설명하는 것처럼 가계부채 총량증가가 부분적으로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부동산경기에 대한 낙관과 부동산시장 안정성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데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당연히 앞으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업무 방향은 미시적 조정에 국한되고 있다. 스스로 지난 정권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덕분에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보다 스케일도 작고 내용적 운신의 폭도 훨씬 적은 처방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 토지와 상가, 상호금융 리스크관리 강화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권의 과도한 외형확장을 억제하는 한편, 토지·상가담보대출 등 비주택대출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그동안 손놓고 있었던 토지와 상가 담보대출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가운데 상호금융을 콕 짚어서 관리강화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해야 할 일이라서 일견 반갑게 들린다.

그런데 한 능선 더 올라서서 좀 더 넓게 살피고 보면 이 또한 껄끄러운 뒷맛이 남는다. 금리가 싸게 형성된 이 때 웬만한 대출은 은행권으로 갈아타게 만들기 ‘대작전’을 펼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사채로 전환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심산인 것은 아닐까?

토지와 상가 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가 실제 적용되면 결국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호금융업계에 깔려 있는 관련 대출이 잠재부실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진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하필 지금부터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 가계대출 문제는 금융계·소비자 몫으로

정부는 이제 공공연히 천명한다. “인위적으로 대출을 억제(양적축소)하기 보다는 대출구조를 조금씩 나누어 갚아 나가는 구조’로 적극 개선(질적개선)”하고 “금융기관 스스로 차주의 ‘대출 상환능력 등을 꼼꼼히 심사’하여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심사관행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앞으로 부실이 생긴다면 금융회사가 심사를 잘못해서 취급한 것이니까 금융사가 해결하라는 원칙을 미리 제시해서 심리적으로 각인시키려는 노림수로 풀이할 만하다. 거꾸로 갚을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빚을 진 소비자들의 책임을 부각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에 적합한 행보다.

◇ 임금피크제와 명퇴 바람이 꾀하는 것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정부와 감독당국이 무책임해 보이는 것은 어떤 까닭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범정부적 과제로 하달되어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임금피크제 실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상시화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항아리형’ 인력구조는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꼽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대상황과 사회적 여론 몰이 속에 침묵내지는 동조하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의 심사역량 강화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가? 베테랑들, 백전노장들더러 자꾸만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으니 은행경영에 짐이 될 게 아니라 새로운 인생 개척하러 나서야지 않겠느냐고 내쫓으면서 말이다.

극히 단기적 비용절감 말고는 다른 어떤 효과가 확실해 보이지 않는데 장기근속자를 대규모로 정리하고 나서 여신심사와 사후 리스크관리 같은 고도의 업무를 ‘젊은 피’ 중심으로 성공리에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꽉 차 있기라도 한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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