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원·엔 재정환율(외환은행 고시)은 898.56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 29일(마감 기준 895.57원) 이후 약 7년 2개월만에 최저치다. 원엔환율의 하락은 국내외 여러변수들이 맞물린 결과다. 밖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기대 약화에 따른 달러화 가치 반락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안쪽 모멘텀이 더 많다.
이미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주식 순매수 행진에 따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공급 우위확대 등도 원화강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원/엔 환율하락으로 승승장구중인 증시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원엔환율하락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나아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이 수출경합도가 높은 만큼 엔저로 인한 국내 수출품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이하연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엔화 약세에도 일본 수출기업이 환율 변동을 수출품 가격 변화에 반영하지 않아 엔저가 국내 수출에 주는 영향력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엔화약세로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기업이 수출품 단가를 낮추며 일본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 수출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수출 물량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원엔환율 900원 이탈은 이제 기지개를 펴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원엔환율의 900원선 하회는 성장부진지속 우려가 높은 한국경제에 위험요인”이라며 “세계경제 부진과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인해 한국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국내 경제주체의 경기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내수경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호한 펀더멘털재료와 맞물려 원엔환율의 하락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하연 연구원은 “1분기 국내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며, 성장세가 확대, 추가금리인하 명분이 약해져 원화강세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면서 자본금융수지에서 달러공급이 확대, 원달러환율 하락을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2분기 원엔환율 800원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