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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與금융인 同樂’을 꿈꾸며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1-18 21:31 최종수정 : 2015-01-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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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與금융인 同樂’을 꿈꾸며
문득 왕도정치의 기세가 그치면서 시(詩)가 망하고 시가 없어진 뒤에 춘추(春秋)가 지어졌다는 맹자 말씀이 생각난다. 원문을 찾아보니 왕자(王者)의 자취(跡)가 식(熄)해서, 즉 불꺼지듯 없어져서 시가 망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시는 요즘처럼 문예작품으로서 시가 아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관풍찰속’이란 말처럼 세간의 풍습과 민심이 녹아 든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집약한 결과물로서의 시를 뜻할 것이다.

관리를 풀어서 시정을 살펴가며 시가로 채집하지 않는 시대, 무도한 패권정치가 횡행하는 시대를 맞아 공자가 수행했다는 작업이 ‘춘추’라는 사서 편찬이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도덕이나 철학, 시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으니 훨씬 더 직접적으로 통치자들 또는 그를 보필하는 공직자들이 거울로 삼을 만한 것으로 역사를 제시한 것 아닐까. 사마천 또한 황제의 오판과 주위 신료들의 모함 탓에 극악한 처벌을 받았지만 크게는 국정운영, 작게는 사람으로서 바른 길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역사기록에 자신의 논평을 듬뿍 먹인 ‘사기’를 남긴 게 아닐까.

◇ 바닥 정서와 민심 살피지만 말자고

유가계통에서 시는 나라의 정사는 물론 사람들을 바른 길로 도인해야 할 대인(大人) 또는 군자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중요한 ‘경’으로 꼽는다. 도처 백성들의 정서와 마음을 대변한 시경의 시편들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봤기에 공자 스스로도 어느 날 뜨락을 지나는 아들에게 시를 배웠느냐 묻고 권했다.

시에서 흥기하고(興於詩) 예로서 바로 서며(立於禮) ‘락’으로 완성하는(成於樂)한다는 단계를 공자는 설정했다. 완성단계에서 즐거움은 내적으로 학문하며 성찰하며 궁구하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는다.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하는 큰 의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다. 능력 갖춘 자라면 사회 또는 조정에 나아가 갈고 닦은 바로써 이로움을 두루 미치려 한다면 반드시 예(禮)를 통해서 그 이상과 목표(道)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줬다

백성들 삶의 상태와 정서를 살피는 것은 기본이요 예에 맞게 정사를 펴서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운 경지 , 즉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단계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는 역설적으로 역사가 말해 준다. 물론 그렇게 어렵다 해서 원칙 삼고 모범 삼으려는 노력에 소홀히 말아야 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엄연히 있다.

◇ 목표 훌륭해도 내용적 올바름이 미흡하면

기업을 포함한 민간조직에서 의사결정권을 부릴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사회적 여파 때문에 그럴진대 공공의 부름과 안녕에 복무해야 하는 공직자들은 오죽할 것인가. 그렇다면 최근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밀어내기 자금공급 정책 방침은 어떤가. 기술금융 활성화 채찍을 드는 것까지는 역대 정부마다 했던 수준의 자금중개활성화 정책과 같은 맥락이라 하더라도 최근 ‘혁신경제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다시 물음표가 붙을 만하다.

지난 정부 ‘녹색금융’정책이 아침이 되자 사라진 모기향처럼 흔적도 없는 마당에 기술기반대출 늘리라는 독려를 앞세운데 이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정책금융공급 목표 180조원이 앞서 제시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파이낸스존 등을 통한 원스톱 금융지원 시스템까지 동원하면 돈이 풀려 나가는 건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80조원이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돈만 많이 푼다고 창의력 가득한 기술기업이 하루아침에 180조원을 씨종자 삼아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의정부 시절 벤처거품 붕괴가 끼친 국가적 낭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방지할 어떤 안전장치와 후속대책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심사 및 사후관리 인력과 시스템 확충 없이 과연 한꺼번에 돈만 많이 풀면 된다고 보는 것일까. 정상적 자본시장이라면 전문가가 먼저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작동 이야기를 할 일도 없고 모험자본 육성을 정부가 부르짖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투자할 것이다. 그렇지 않기에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펀드를 만들어 돌리는 일에 급급하다.

◇ 지금 휘두른 권한, 역사에 남을 것

무엇에 기반해서 어떤 태도로 최선의 결과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 관심과 성찰이 부족하게 되면 구호가 난무하고 어쨌거나 가기는 가야할 당위적 목표가 앞서기 마련이다. 창조금융과 혁신경제로 전환은 불과 3~5년 사이 완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적지 않은 금융인들과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5년 임기제 헌정질서 하에 국가적 과제가 제시됐으니 쫓길 수 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핀테크 활성화와 인터넷뱅킹 전문은행 허용 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 앞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금융인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 보급율이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인터넷뱅킹 전문은행 설립 허용은 특히 그렇다. 점포비용이 들지 않지만 기존 은행보다 신용도 낮은 누군가가 설립한다고 가정해 보자. 명색이 은행인지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갖춘 가운데 실명인증을 제대로 해가면서 영업하기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더 높은 예금금리를 보장해 자금을 예수금을 받으려면 기존 은행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하는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수요를 마구잡이로 빨아들여도 괜찮을 것인지 많은 논점이 등장한다.

산업은행 다이렉트가 수익성이 없는데도 수익이 나는 것처럼 기만한다며 공격했던 근거 없는 괴담이 행세하고 지난 지 불과 얼마 안되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은 기존 은행 다이렉트 상품과 얼마나 다른가. 아울러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진로와 관련해 끝까지 무원칙하고 예측불가능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어 먼 훗날 흥미로운 역사 이슈로 남기를 자처하고 있다.

◇ 모든 걸 다 구하기 어려울 때 우선 순위

론스타에 넘길 당시부터 외환은행 경영상태 왜곡 정황이 드러난 것이 시작이었다면 글로벌 굴지의 금융그룹 DBS의 대주주인 테마섹이 산업자본 성격이 있어서 외환은행 인수자로 적격하지 않다던 금융위 전신 금융감독위원회가 정작 론스타 산업자본 성격에 대한 대주주 자격 심사는 차일 피일 해를 넘기며 미뤘던 것이 그렇고 HSBC 인수를 꼬이게 했던 과정 또한 깔끔했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인수의향을 밝혔을 때 국회의 비판을 즉각 수렴했던 것에 비해 최근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대해선 말을 바꿔가며 국회의 비판을 견디고 있다.

전직 장관이 함께 서명했던 합의내용이 일반적인 ‘노사 합의’라 해도 합병같은 중차대한 변동이 경영상 긴박함을 이유로 추진된다해서 일방적으로 팽개쳐도 된다는 전례를 금융위는 남기려 하고 있다. 훗날 대한민국 금융사에 2010년 이후 2015년까지 금융당국의 성과와 과오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신한사태, 저축은행 부실 양산, 개인정보 절취 및 상업적 거래, 동양그룹 사태, KB금융사태 등 신제윤 위원장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엄정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중요한 원칙에 충실했던가 돌아볼 일이다.

공자는 군사력, 식량, 백성 셋 가운데 최후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백성을 꼽았다. 나라의 진정한 근간은 백성이고 백성을 최우선 한다면 큰 재앙 후에도 다시 재건할 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을 저버리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통합논의가 장기화 되고 있으니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하나금융 경영진이 강조할 순 있지만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 두 은행 간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하고 그 많은 임직원들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설계도가 조금만 미흡해 보이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감독 당국과 정책 당국의 역할이다. 금융시장 독과점 심화 우려와 같은 거대 과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다. 외환위기 직후 너무 급해서 부실한 은행을 처리할 때처럼 어떻게 흘러가는지 방치해도 좋았을 때가 지금은 아니다.

혹시 금융산업 부가가치 비중이 10% 이상 돌파하는 금융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던 초심을 박근혜 정부 1기 금융위원회가 벌써 잃어 버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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