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강자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금융지주 빅4로 껑충 올라섰다. 여기에 나아가 인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는 증권 중심 복합점포이자 국내 1호 복합점포를 개설하며 이제부터는 1등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농협금융은 2015년 서울과 지방 주요도시에 복합점포를 최대 10호점까지 신설해 올해 금융권 채널 전략 주요 변수로 떠오른 복합점포 활성화를 리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서울에만 44개 지점이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점포를 복합점포 등으로 연계해 농협은행의 대도시 점포가 부족했던 부분을 만회하고 점포 전략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 한 곳에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농협금융은 지난 5일 국내 첫 복합점포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를 서울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개점했다. 동화면세점이 위치한 이 빌딩의 10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복합점포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함께 입점해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도 BIB(Branch In Branch) 형태의 복합점포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은행·증권 점포 간 칸막이나 별도 출입문을 설치해야하는 등 물리적 공간 분리가 엄격하고 방화벽 규제로 정보공유가 불가능해 실질적인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7월부터 금융규제개혁을 추진한 금융당국은 물리적 분리 규제 폐지 등으로 복합점포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는 금융규제개혁 이후 선보이는 국내 첫 복합점포다.
이곳은 농협은행 강북 PB센터와 우리투자증권 광화문 WMC, 농협증권 중앙지점이 결합된 대형 복합점포다. 직원은 농협은행 8명, NH투자증권 55명 등 총 63명으로 증권 중심 복합점포로 운영된다.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나란히 위치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창구가 고객을 맞이한다. 칸막이 등의 구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창구 뒤 벽에 함께 걸린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간판을 보지 않았다면 이곳이 복합점포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고객이 다른 창구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은행·증권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기존엔 불가능했던 일이다.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에서 농협금융이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8개의 공동 상담실이다. 각각의 상담실은 대형 모니터화면,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갖췄고 은행과 증권 내부시스템과 연결돼 고객의 자산상태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은행과 증권 양사 직원이 고객들에게 공동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 여의도증권타운지점도 리모델링
이날 열린 개점식에 참석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복합점포 개점이 늦은 감이 있다”며 “농협금융플러스센터를 거울삼아 금융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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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농협은행장을 대신해 참석한 허식 수석 부행장은 “이번 복합점포는 단순히 하나의 지점 개설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1등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의, 금융권을 리드하겠다는 자신감, 고객들에게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열정이 담겨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농협금융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 1층에 복합점포 1호점인 농협은행 여의도증권타운지점을 개설했었다. 농협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이 손을 잡은 첫 점포다. 그러나 규제완화 이전에 세워져 단순히 은행과 증권 점포가 붙어있는 구조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오는 2월까지 여의도증권타운지점을 리모델링해 칸막이를 없앤 진짜 복합점포로 만들 계획”이라며 “여의도와 광화문의 복합점포 1, 2호점은 증권 중심이었지만 향후 개설 예정인 3, 4호점은 은행 중심 복합점포가 될 것”이라 밝혔다.
◇ 금융사 복합점포 활성화 기대
농협금융이 이제 막 복합점포 경쟁에 뛰어든 한편 다른 금융지주들도 기존 복합점포를 새롭게 단장하거나 새로운 점포 개설을 계획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복합점포 10개를 비롯해 올해 점포수를 보다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PB센터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쟁 금융사와 달리 개인영업점 고객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중화 전략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5개 전국 주요 거점에 설치한 신한PWM센터 유지에 집중할 생각이다. 신한PWM센터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함께 운영하는 PB 특화 복합점포다. 당분간 공격적인 복합점포 확대 전략 보다는 고액자산가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이용고객 확대 방안을 고민하며 기존 점포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을 합친 기존 복합점포 7곳에 올해 13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골드클럽 내에 PIB 형태로 8곳, 일반 리테일 영업점 형태로 5곳이 될 예정이다. 올해 신설되는 복합점포들을 시작으로 기존 복합점포들도 완화된 규제에 따라 리모델링 작업 등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이 매각되고 우리금융을 흡수합병하면서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대신 증권, 보험업계의 마켓리더들과 전략적 제휴로 시너지를 낼 생각이다. 이광구 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4분기 이내에 증권이나 보험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자회사 상품을 많이 팔아야하는 부담이 없고 마켓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적시에 도입해 팔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 있을 것”이라 밝혔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